나의 글쓰기는.. 美를 좇아 예술의 궁극의 목적은 미美라 한다. 글쓰기도 그에 속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예술작품을 보고 난 후, 심연에 고인 뭔가를 뱉어내는 게 그런 일일 것이다. 진정성 있는 아름다움, 그 한 끗을 잡기 위해 고심하는 게 작가다. 세상에 널린 감동을 극사실주의 화가.. 수필 2017.02.22
소녀와 아코디언 시칠리아 시라쿠사 거리 모퉁이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울린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열 서넛쯤 된 소녀가 영화<The Godfather 대부>주제곡 ‘Speak Softly Love’를 연주하고 있다. 낡은 아코디언에서 나오는 음악은 단 네 곡. 행인들은 이따금 소녀에게 동전을 던져 준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녀.. 수필 2016.11.08
너와 나는 너와 나는 너는 나를 모르고 나는 너를 잘 모른다. 내가 강을 바라볼 때 너는 산 쪽을 쳐다봤고 내가 붉은 노을에 영혼을 물들일 때 너는 여명의 푸른빛을 찬미했지. 내가 도심의 다운타운 불빛에서 생기를 얻을 때 너는 고적한 들녘에서 보리피리를 불었던가. 내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 수필 2015.12.26
모두가 외로워서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정호승 시 ‘수선화에게’ 중에서. 순전히 이 시 하나 때문에 정호승 시인을 좋아하게 되었다. 시는 노래가 되고 나도 즐겨 .. 수필 2014.11.13
멀고도 험한 길 멀고도 험한 길 김소현 폴 메카트니가 한국에? 그의 내한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환호를 하며 무슨 일이 있어도 보러 가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 한 편에선 언젠가처럼 찜찜한 느낌이 다시 스멀거렸다. 왜 세계적인 스타들은 나이가 든 후에야 한국에 오는 걸까. 경제력 성.. 수필 2014.08.18
감정 아이콘 감정 아이콘 지인에게 간단한 용건을 전할 때, 전화통화 보다는 문자를 주고받는다. 그런 문자에 표정이 생겼다. 자음과 모음만으로 충분했던 마음 전달이 언제부턴가 이모티콘 -그림글(감정Emotion +icon)이라는 '도우미' 없이는 왠지 딱딱하게 느껴진다. 문자를 읽는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 수필 2014.01.04
군자의 꽃 군자의 꽃 김 소현 달랐다. 그곳의 연꽃은 느낌부터 달랐다. 불교도시를 대변하듯,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향취를 풍기는 연꽃은 안압지 야경 불빛에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넓은 잎 사이사이 수줍은 듯 의연히 앉은 자태가 고혹적이다. 내 안 어딘가에 자리한 불성을 자극한다. 순.. 수필 2013.08.02
미인 미인 김 소현 사십대 어느 땐가 같이 운동하는 여자들의 모임이 있었다. 누군가 모씨에게 외모에 대한 칭찬을 하자 어느 삼십대가 쏘듯이 말했다. “그래봤자 사십대죠.” 그 말을 들은 사십대들은 모두 기가 죽는 듯했다. 요즘 유행어로 ‘헐’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리 뛰어난 미모를 가.. 수필 2013.08.02
'퀸'의 몰락 ‘퀸’의 몰락 김소현 맙소사! 조심한다고 했는데 음식물이 떨어진다. 여자는 혀를 차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침대패드를 걷어낸다. 이런 한심한 행동을 하는 자신을 탓하면서도 한 번 들인 버릇을 쉬 고칠 생각을 안 한다. 차분해 보이는 얼굴과 달리 행동은 대부분 생각을 앞지른다. 식탁.. 수필 2013.05.18
종교없이 산다 종교 없이 산다 김소현 아들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사촌 집에 갔다가 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4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이라서 다닥다닥 붙은 좌석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 내심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다. 가운데 자리이던 내 왼쪽에는 캐주얼한 차림에 모자를 쓴 약간 지적인 느낌의 .. 수필 2013.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