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232

사랑의 서약

아들아너의 머미가 된 후바윗덩이 같은 연민 하나 생겼다.독한 술 같은 세월이 흘러 넘쳐도그것은 바스라지지 않았지어느새 훌쩍 커다란 몸뚱이너의 잔등에선 외로움이나의 목구멍에선 슬픔이 솟는다.우리가 동승한 배는 어차피 쓸쓸한 바다를 지나는 걸..이등병의 편지가 슬픈 건 가수가 고인이기 때문만은 아니지.눅진했던 생각들은 레테의 강에 던져라가을볕에 마르는 건붉은 고추만은 아니란다.아들아너의 어미가 된 후태산 같은 행복이 자리잡았다. 오래전..아들 군대 갈 때 끼적인 글이다.육아에 전념하면 다른 일을 못한다는 어리석은 이기심으로동생을 낳아주지 않고이렇다 할 활동 없이 아이만 외롭게 해놨는데..가끔씩 얼굴에 드리우는 고독의 그림자를 보며마음이 아릿하곤 했다.이제, 밝고 성격 예쁜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그 그림..

삶, 그 풍경 2025.06.24

제 3집 <OST, 그 이야기의 시작>출간

드디어..3집 {OST, 그 이야기의 시작}이 출간됐다.나라별 월드뮤직과 스크린 속 명곡에 관한 얘기들이다.영화음악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좋아할까. 아직도 세상에 음악은 많고 그에 관한 이야기도 많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썼다. 노산은 힘들다.^^이제 또 하나의 큰 일이 남았다.삶은 어쩌면일정표의 일정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건지도 모른다..

삶, 그 풍경 2025.01.21

병원 음악회

그의 검진이 있어6개월 만에 병원을 찾았다.끝나고 나오는데 로비에서 음악이 들려왔다.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환자와 가족을 위해 병원에서 마련한 선물인 듯했다.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와 진행을 맡은 성악가로 작은 규모였지만레퍼토리는 알차고, 연주는 수준급이었다.'사랑의 인사'를 듣고 나오려는데슈베르트 중 '보리수'가 발길을 붙잡는다.그가 내 낌새를 보고 먼저 갈 테니 보고 오라 한다.ㅋ자리를 잡고 앉아 끝까지 음악을 들었다.성악가의 위트 있는 진행에 모두 만면에 미소다.마지막 순서로 캐럴을 다함께 부르는데기분이 묘했다.고개를 들어보니 2층엔 링거를 꽂은 환자들이 나와 서 있었다.10개월 전에 나와 그가 서 있던 자리..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들을까.누군가에겐 아름답기만 한 음악들이지만누군가에겐 슬프게 들..

삶, 그 풍경 2024.12.21

첫눈

눈이 온다.첫눈은 어설프고 수줍게 내려풋눈이라고도 하는데풋풋하긴커녕 폭설로 내린다. 자연스럽지 않다.계절이 하루 만에 가을에서 겨울로 건너뛰었다.어제의 빨갛고 노랗던 나무들은 어디로 가고하얀 설나무가 되었다..마치 봄날의 벚나무처럼.허망하기도 하고 신기루 같기도 하고..문화센터 마지막 수업도 빼먹고집에서 눈구경 중이다.ㅋ무튼 함박눈이 사위를 동화나라로 만들었다.눈노래를 안 들을 수 없지~.^^

삶, 그 풍경 2024.11.27

아들과 데이트

일이 있어 잠시 다니러 온 아들과 짧은 데이트를 했다. 평소 궁금하던 카페에 가 커피를 먹고(역시 실물과 사진은 다름. ㅋ) 인근 식당에 가 맛난 점심까지.. 이런저런 대화 중, 영화음악 글 책에 좋은 제목 있을까? 하니 구글에 물어보라 한다. 하긴 AI가 글도 쓰는 세상이니..^^ 일상이던 일이 호사로 느껴질 만큼 바뀐 삶을 실감하며 살짝 놀란다. 꿈결같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이별.. 몰입하는 일이 있으니 그 공백을 견딜 수 있다.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닌 일이지만 매달려 있는 동안 허한 마음이 끼어들 틈이 없다. 11월인데 산에 단풍은 들지 않고 올해엔 가을 가기 전 눈이 올 것 같다.

삶, 그 풍경 2024.11.01

추석전야

명절이라야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부모님 차례상에 놓을이런저런 음식을 만들었다.저녁을 먹고 명절이라고 집에 온 아들과 탄천길을 걸었다.달은 구름 속에 숨어 보이지 않았다.돌아와 티비를 켜니오랜만에 장사익 님이 나왔다.오래전 산사음악회에서 뵙고 처음인 듯.얼굴도 목청도 그대로인데 어느새 70대라 한다.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한풀이 같은 노래들과옛 가요를 (트로트 느낌 아닌) 그만의 분위기로 부른다.비내리는 고모령, 달맞이꽃, 동백아가씨 등을 듣는데말할 수 없는 뭉클함과 아련함이 밀려온다.부모님 사진을 바라보게 하는 노래들..그 시절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노래들..주춤거리던 더위도 사위어 제법 선선한 밤,모처럼 추억을 꺼내보며가을 정취에 젖어본다.

삶, 그 풍경 2024.09.16

공간 활용

아들이 떠난 후그 방은 날라리 작가의 작업실이 됐다.함께 쓰던 컴퓨터는 내 차지가 됐고,책장을 새로 들여 내 방 책장 앞 바닥에 쌓아둔 책들을 옮기고거실에 두고 눈길만 주던 건반악기도 옮기고협탁으로 쓰던 (ㅋㅋ)멀티오디오도 옮겨Lp를 즐기기로 했다.이 모든 것은  조만간 닥칠'빈 둥지 증후군'을 방지할 묘책? 이젠 책상 의자에 자주 앉게 될까.예부터 실력 없는 목수가 연장 탓한다 했는데..^^

삶, 그 풍경 2024.07.27

독립

아들이 이사했다.단출한 세간살이를 트럭에 실어 보내고10시쯤 출발해 마포에 도착했다.오피스텔과 아파트가 혼합된 고층건물엔  호텔처럼 로비가 있고응대하는 경비아저씨들이 친절했다.전문가가 말끔히 청소해 준 집에 짐을 풀고 정리를 ..모든 게 쾌적하고 무리 없이 진행됐다.대충 정리 후, 차 막히기 전 4시쯤 출발해 (강북 쪽 운전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지만 네비청년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무사히 컴백홈.^^아들과 맛난 저녁도 먹고 서울 시내 야경을 보며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하룻밤 머물고 싶었으나집에 있는 수술환자 끼니 땜에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ㅠ주차장에서 이별하는데"엄마 고생했어" 한다.병원생활 후 두 번째 듣는 말이다. 뭉클..^^아들과 나, 이제 서로 적당히 무관심을 가장하고무탈하게 지내면 된다.그..

삶, 그 풍경 2024.07.13

구름카페

숙제 하나를 끝냈다. 아들이 살 집을 계약한 것. 적당한 집을 점찍어두고 부동산 중개인과 만나서 집을 보고 일사천리로 계약하게 됐다. 인터넷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세상이 험하니 살짝 긴장감이 없지 않았으나 무리 없이 계약을 마쳤다. 집도 사람처럼 연(緣)이 닿는 집이 있는 것 같다. 돌아오는 길, 동작대교 옆 '구름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누군가에겐 그저그런 카페지만 윤재천 선생님이 제정하신 문학상(구름카페상)과 같은 이름의 카페가 실존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근처를 지나다 생각난 거다. ㅋㅋ 그곳에서 물멍, 하늘멍, 그리고 바람멍.. 집으로 돌아오니 비가 쏟아진다. 서서히 이별준비를..^^

삶, 그 풍경 2024.06.29

ㅡ요즘엔..

비가 온다. 장마 시작인가. 미리 사 둔 제습제를 옷장과 가전제품 곳곳에 두고 습기와의 싸움을 준비 한다. 6월은 무릎통증땜에 한의원으로 거의 출근을 했다. 환자모드로 집콕하며 지리한 시간을 이기려 추리소설 몇 권을 읽어보니 코난 도일과 대실 해밋 책은 탐정과 함께 추리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즐거움이 있는데 스티븐 킹은 좀 달랐다. 재미만이 아닌 공포가 스멀거린다.. 잠자기 전, 모든 소음이 소거된 더없이 고요한 밤에는 추리소설과 미드, 기타 등등으로 부산했던? 머리를 정화시키려 빗소리를 틀어놓고 유선경의 필사노트를 펼친다. (이젠 진짜 빗소리가 배경이다.) 그리고 흔들리는 글씨로 하루 한 장 필사를 한다. 아들이 직장을 옮기게 돼 (집에서)독립을 앞두고 있다. 군대 2년, 해외유학 1년 반 빼고 집에서 ..

삶, 그 풍경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