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65

쾌거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티비 사건반장을 보다가 속보 뜨는 걸 보고 놀라서 월하오작 단톡방에 올렸다. 가만히 있기엔 너무 큰 사건이기에. 몇 년 전 산토리니 이아마을 아크로폴리스 서점(지금은 사라진)에서 그녀의 소설 을 발견했을 때부터 느낌은 있었다. 최근에 읽은 책 도 범상치 않았고.. 빼어난 어휘력에 감탄하며 읽었는데..(술술 읽히지는 않은) 처음 본 인상을 간직한 탓에 아직 젊은 줄 알았는데 그녀의 세월도 흘러서 어느새 54세라는 말에 깜놀했다. 훌륭한 작가들이 널렸지만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점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굵직한 상도 많이 받았던데 노벨문학상만 할까. 근래 뉴스 중 가장 좋은 뉴스다. 한강 작가가 즐겨 듣는다는 곡, 혁오 /월량대표아적심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새..

짧은 생각 2024.10.11

가을인가

침실에서 주방에서 책상 앞에서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에가을이 도착해 있다. 조용히, 힘겹게..그악스러운 열기가 사라지고티없는 하늘에 느린 구름 한 조각..햇볕은 세수한 듯 선명하다.계절의 순환을 누가 말리랴.매해 여름엔 늘 더웠지만올해는 특히 그랬다고 난리다.하긴 나도 에어컨을 자주 켰던 것 같다.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는 게 아니라폭포수처럼 쏟아진다고 어느 40대 작가는 말했다.기온이 내려가 몸이 쾌적해지면시간은 더욱 여유로워질 텐데수확거리 있나 두리번..

짧은 생각 2024.08.31

큰 별 지다

https://www.youtube.com/watch?v=3DMQc76GfzQ&list=RD3DMQc76GfzQ&start_radio=1 먼지 앉은 Lp 장에서 찾았다. 그의 찬란한 청춘 얼굴을. 아침 음악방송에서 별세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향년 73세..앓고 있던 암을 이기지 못했다 한다. 어릴 때부터 그의 맑고 서정적인 노래를 좋아했다. 친구, 봉우리, 바람과 나, 작은 연못, 상록수, 그리고 가을편지... 그 옛날, 나의 어리고 미숙한 영혼을 어루만져주던 노래들이다. 언젠가 동네 묘지 근처를 산책하다 영감을 받아 만든 곡 '아침이슬'이 국민가요, 저항가요가 된 후 그의 지난한 인생은 시작되었다. 발표곡마다 의미심장한 가사로 인해 금지곡이 됐지만 그는 음악에의 열정을 꺾지 않았다. 스스로 '뒷것..

짧은 생각 2024.07.22

ㅡ어떤 우정

아들이 외출준비를 한다. 어디 가냐고 물으니 친구가 있는 납골원에 간다 한다. 그 친구는 오래전 해외에서 공부 중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데 그 이유야 어떻든 마음 아팠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각자 삶도 분주할 텐데 친구를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함께하는 그 우정들이 대견하고 눈물겹게 아름답다. 부모 친지의 묘에도 가지 않는 세상인데.. 젊은이들에게서 많은 걸 배운다. 어버이날에는 아들이 (초딩 이후 처음으로) 카네이션이 꽂힌 화병을 사왔다. 옆구리도 찌르지 않았는데.. 직접 건네지 못하고 탁자에 슥 놓는다. 츤데레..^^ 그런 날엔 왠지 대면하기가 멋쩍은데 그 멋쩍음을 날려줘 고마웠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 고독은 닮지 않길 바라는데 이 찬란한 절기에 혼자인 모습이 짠하다. 결혼은 신만..

짧은 생각 2024.05.11

단상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인별에서 본 누군가의 글이다. (천명관) 청소를 몰아서 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하는 나.. (너무 힘들다. 설거지는 쉬운데 ㅋ) 욕실 청소 후 선심 쓰듯 전기밥솥을 닦고 내친김에 그 옆 토스트기를 닦았는데 밑에 가루받이를 꺼내 씻으려고 몸체를 기울이는 순간, 끝도 없이 떨어지는 빵가루들..헉! 나도 가끔 거꾸로 세워져 털 수 있었으면.. 그리고 전기를 껐다켜듯 머리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ㅋㅋ

짧은 생각 2023.08.13

진정성

어렸을 때..초등학교 5학년 때쯤,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형식적인 문구를 피해 정성을 다 해 쓴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였을까. 편지를 받은 군인이 학교로 찾아온 일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부끄럽고 창피하여 숨었다가 그가 기다리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고개도 못 들고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왜 나를 찾아왔을까. 다 큰 숙녀가 아니니 연애감정으로 온 건 아닐 테고 뭔가 진정성 있는 소녀의 글에 감동을 받아서? ㅋㅋ 아무튼 나는 그 이후로도 사람과 사물에 진심인데.. 그건 아마도 타고난 성정 탓(덕)일 게다. 내게 글을 청탁하는 문예지 편집장도 꾸미지 않은 소탈한 문장에서 그런 '진정성'을 알아본 건 아닌지.. 서평가 ..

짧은 생각 2022.12.20

가을 반납

11월호 원고를 보내고 휴식하며 달콤한 10월을 보내려는데(내년 1월호는 11월말까지 보내면 된다) '인간과 문학' 수필지에서 청탁이 왔다. 그동안 간간이 오는 청탁을 연재글 쓰느라 짬이 없다며 거절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원고료를 준다하여 수락했다.ㅋ 오랜세월 글을 써오며 글을 팔아본 적이 있었던가. 수필계에선 원고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책 몇 권으로 그것을 대신하는데 금액을 떠나 얼마씩이라도 지급하는 것이 작가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지만.. 독자보다 많은 게 작가들이고(?) 열악한 상황이라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거다. ㅎ 팔리는 글을 쓰는 건 모든 작가들의 희망사항일 게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경우는 다를까. 문단에선 수필을 '변방문학'이라 여기며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수필이..

짧은 생각 2022.10.03

마음

짝을 찾는 젊은이들이 출연하는 어느 예능프로에서 남자출연자가 호감을 가졌던 여자츨연자에 대해 마음이 초기화됐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간단히?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실망을 해서인 듯하다. 쿨한 건지 가벼운 건지.. 그런데 그 마음의 초기화라는 건 생각보다 쉽고 가뿐히 일어나는 일일지 모른다. 익숙한 것에서 이해 불가한 낯섦을 발견할 때 그 초기화는 작동하는 걸지도.. 사람들은 때로 진심과 술래잡기를 한다. 어느 마음 구석에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그것을 찾아 헤매니 말이다. 나도 한때 그것을 (열심히)찾아다닌 적이 있다. 진심은 때로 진심 아닌 것으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 꼬리만 보고도 안도하는 연약한 동물이 인간 아니던가.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 귀차니즘이 고마울 때가 있다. 그것(진심..

짧은 생각 202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