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59

단상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인별에서 본 누군가의 글이다. (천명관) 청소를 몰아서 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하는 나.. (너무 힘들다. 설거지는 쉬운데 ㅋ) 욕실 청소 후 선심 쓰듯 전기밥솥을 닦고 내친김에 그 옆 토스트기를 닦았는데 밑에 가루받이를 꺼내 씻으려고 몸체를 기울이는 순간, 끝도 없이 떨어지는 빵가루들..헉! 나도 가끔 거꾸로 세워져 털 수 있었으면.. 그리고 전기를 껐다켜듯 머리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ㅋㅋ

짧은 생각 2023.08.13

진정성

어렸을 때..초등학교 5학년 때쯤,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형식적인 문구를 피해 정성을 다 해 쓴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였을까. 편지를 받은 군인이 학교로 찾아온 일이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부끄럽고 창피하여 숨었다가 그가 기다리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고개도 못 들고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왜 나를 찾아왔을까. 다 큰 숙녀가 아니니 연애감정으로 온 건 아닐 테고 뭔가 진정성 있는 소녀의 글에 감동을 받아서? ㅋㅋ 아무튼 나는 그 이후로도 사람과 사물에 진심인데.. 그건 아마도 타고난 성정 탓(덕)일 게다. 내게 글을 청탁하는 문예지 편집장도 꾸미지 않은 소탈한 문장에서 그런 '진정성'을 알아본 건 아닌지.. 서평가 ..

짧은 생각 2022.12.20

가을 반납

11월호 원고를 보내고 휴식하며 달콤한 10월을 보내려는데(내년 1월호는 11월말까지 보내면 된다) '인간과 문학' 수필지에서 청탁이 왔다. 그동안 간간이 오는 청탁을 연재글 쓰느라 짬이 없다며 거절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원고료를 준다하여 수락했다.ㅋ 오랜세월 글을 써오며 글을 팔아본 적이 있었던가. 수필계에선 원고료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책 몇 권으로 그것을 대신하는데 금액을 떠나 얼마씩이라도 지급하는 것이 작가에 대한 예의라 생각하지만.. 독자보다 많은 게 작가들이고(?) 열악한 상황이라서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거다. ㅎ 팔리는 글을 쓰는 건 모든 작가들의 희망사항일 게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경우는 다를까. 문단에선 수필을 '변방문학'이라 여기며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아마도 수필이..

짧은 생각 2022.10.03

마음

짝을 찾는 젊은이들이 출연하는 어느 예능프로에서 남자출연자가 호감을 가졌던 여자츨연자에 대해 마음이 초기화됐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간단히?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실망을 해서인 듯하다. 쿨한 건지 가벼운 건지.. 그런데 그 마음의 초기화라는 건 생각보다 쉽고 가뿐히 일어나는 일일지 모른다. 익숙한 것에서 이해 불가한 낯섦을 발견할 때 그 초기화는 작동하는 걸지도.. 사람들은 때로 진심과 술래잡기를 한다. 어느 마음 구석에 자리하고 있을지 모를 그것을 찾아 헤매니 말이다. 나도 한때 그것을 (열심히)찾아다닌 적이 있다. 진심은 때로 진심 아닌 것으로부터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 꼬리만 보고도 안도하는 연약한 동물이 인간 아니던가.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 귀차니즘이 고마울 때가 있다. 그것(진심..

짧은 생각 2022.07.23

한국의 음유시인

아침 티비방송에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나왔다. 아침을 준비하다 그들 앞으로 다가앉았다. 3년 전인가 그들의 전시회를 다녀온 게.. 조용히, 성실하게 자취를 남기는 부부..티비에선 오랜만이다. 여러 매체에서 들려준 부부의 역사도 그렇지만 노래는 언제 들어도 소름돋게 좋다. 특히 가사는 자체로 시다. But, 들을수록 노래들이 똑같은 느낌은? ㅋ (색깔이 분명한 가수들의 특징이다) '시인의 마을'을 오랜만에 들으니 역시 좋은데 가사가 몇 군데 바뀐 걸 알았다. 세월의 힘인가. 극단적(?), 종교적 표현을 완만한 단어로 바꾸었다. 가요 가사도 퇴고가 필요하고 글쓰기에서 그 길은 끝이 없다. 어느 시인은 '유명한 파란 비옷'을 부른 레너드 코헨을 훌륭한 음유시인이라 썼던데 한국의 음유시인은 정태춘인 듯하다.

짧은 생각 2022.05.17

한국 블루스의 원조

배은심 여사 가신 날, 신중현 밴드에서 리드보컬을 맡았다는 박광수 님의 별세 소식도 들려왔다. 향년 82세.. 한국 블루스 음악의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를 잘 몰랐는데 검색해 들어보니 매력적인 음색, 블루스적인 창법이 멋지다.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과 장현의 마른잎의 원곡자. 시대를 앞선 음악을 하며 고독했을 뮤지션.. 마지막 삶이 긍금하다. 죽음만큼 조용했을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짧은 생각 2022.01.09

아침 단상

뉴스에서 살인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회 탓을 하는 살인범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악인이든 선인이든 인간이라면 기본적인 분별력 내지 변별력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알면서 떠넘기는 건지도) 남탓을 하거나 사회 탓을 하는 것처럼 비열한 일이 또 있을까. 살다보면 다양한 어처구니가 존재한다. 가벼운 사람은 자신의 가벼움을 모르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그것을 모른다. 자신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세상사도 제대로 인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가을비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 속도 신산하고 소란스럽다. 음악이나 들어야지..^^

짧은 생각 2021.09.07

September Song 제시 노먼

9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인데 여기저기서 야단법석이다.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도 제 알아서 숨을 죽이고 내리는 비도 을씨년스러우니 가을 시작인가. 8월에서 9월로 가는 길목은 7월에서 8월로 가는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뭔가 소란스러움이 잦아들고 고요함이 스민다. 가을 환절기..누군가는 넘어야 할 인생의 문턱이라고도 하는데.. 계절의 순환은 고맙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다. 흐르는 시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는 이 계절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올해 무엇을 심었던가. 음악이라도 들었으니 무위의 시간만은 아니었다 자위라도 해야 할지.. 일단 (애정하는) 제시 노먼의 노래를 듣고..^^

짧은 생각 2021.09.01

청색시대 27집

현대수필문인회 동인지 청색시대 27집이 나왔다. '벗으니 웃는다' 27회.. 그러고 보니 우리는 현대수필과 함께 흘러왔다. 어쩌면 가족보다 더 끈끈한 유대감으로 오랜 세월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셈이다. 많은 글을 묶어 책 한 권으로 만드느라 역대 회장들의 노고가 크다. 이번엔 좀 젊은 회장이 일을 맡더니 챕터마다 제목이 전에 없이 감각적이다. 헤머타이트 오피먼트 버디그리 모브 등.. 뭔말인지 검색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책을 펼치자 글도 나이를 먹는 건지 내용은 그리 감각적이고 젊지 않았다. 95명의 글을 다 읽은 느낌은 '쓸쓸하다'였다. 나름대로 코로나를 견디고 적응하는 얘기와 몸이 아픈 얘기, '내가 버리고 싶은 것'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내용들.. 그리고 이어지는 수필가들다운 성찰과 반성이었다...

짧은 생각 2021.08.16

오늘은..

실종됐던 분당 고3학생이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다. 아침마다 듣던 음악방송에 집중이 안 된다. 어떤 문제가 그 아이를 죽음으로 이끌었을까.. 휴대폰을 책상서랍에 넣어놨다 했을 때 느낌이 싸했지만 짧은 가출이길 바랐다. 성적 때문일까.. 아님 친구문제나 집안문제?.. 혼자서 죽음을 준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외로움의 무게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숱하게 전해지는 죽음의 소식.. 운명은 어쩔 수 없다고 쉽게 말해도 그 수가 너무 많다. 그 중, 어느 정도 자란 젊은 남자들의 죽음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준다.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아들에의 연민 때문일까.. 죽은 사람에게 명복을 빈다는 말은 그 영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어디선가 봤지만.. 그래도 빌고 싶다. 부디 저 세상..

짧은 생각 2021.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