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60

오늘은..

실종됐던 분당 고3학생이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한다. 아침마다 듣던 음악방송에 집중이 안 된다. 어떤 문제가 그 아이를 죽음으로 이끌었을까.. 휴대폰을 책상서랍에 넣어놨다 했을 때 느낌이 싸했지만 짧은 가출이길 바랐다. 성적 때문일까.. 아님 친구문제나 집안문제?.. 혼자서 죽음을 준비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의 외로움의 무게는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숱하게 전해지는 죽음의 소식.. 운명은 어쩔 수 없다고 쉽게 말해도 그 수가 너무 많다. 그 중, 어느 정도 자란 젊은 남자들의 죽음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준다.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아들에의 연민 때문일까.. 죽은 사람에게 명복을 빈다는 말은 그 영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어디선가 봤지만.. 그래도 빌고 싶다. 부디 저 세상..

짧은 생각 2021.06.28

허상의 봄

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4월이다. 아트 가펀클의 April come she will이 상큼하게 와닿는.. 사람들의 답답한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지천으로 봄꽃이 피어났다. 아파트 화단에도 산책길 옆에도.. 그러나 봄을 즐기려는 행락객들은 발이 묶였다. 해마다 인파로 북적이던 서울의 벚꽃길은 아예 사람의 입장을 막았다 한다. 시절풍류라 할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연례행사인데.. 이때 쯤이면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시 좀 읽은 사람들은) 모두들 한 마디씩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버렸다. 마스크를 하고 꽃 곁으로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잎도 없고, 허상처럼 피어나는 꽃들이 공허하기만 하다. 마음이 피어야 봄인데.. 환(幻)의 부산물 같은 꽃이 지고 비로소 숲이 연초록으로 물들어야 나는 봄을 ..

짧은 생각 2021.04.01

그 시구(詩句) 때문에..

너 훌쩍이는 소리가 네 어머니 귀에는 천둥소리라 하더라 그녀를 닮은 얼굴로 서럽게 울지 마라 음악방송에서 소개한 나선미 시인의 시 '너를 모르는 너에게' 시구가 마음을 울린다. 1995년생이라는 젊은 시인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을 이토록 절절히 표현할 수 있다니..놀랍기만 하다. 여성이라서, 딸이라서 가능한 걸지도.. 이 시구 때문에 온종일 눈물을 삼킬 것 같다.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한 쪽 배경이 부족하다하여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면 이렇게 어이없고 슬픈 일이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그의 부모 마음은 미어질 것이다. 사람의 인연은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참으로 쓸쓸한 인생사여~~ㅠ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연속듣기)

짧은 생각 2021.01.21

뻔해서 좋은..

초등학교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은 정말 싫었다. 뻔하고 좋은 말들은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지루하고 듣기 싫었는데.. 그것은 어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건 교훈적인 말이나 글은 외면하곤 했다. 누가 몰라서 못하나 하며.. 아침 방송에 철학자 김형석 교수가 나오셨다. 그의 나이 102세.. 전 같으면 어르신의 뻔한 말씀이라 여기고 외면했을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좋은 말씀'이 묘하게 스며든다. 장수 비결을 묻는 사회자에게 규칙적인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라 말한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은 나이 든 사람의 공허한 자기변명 같은 거라 생각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60이 되어도 70이 되어도 마음은 그 이전과 다를 게 없더라는 것, 건강한 삶을 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친구를 많이 ..

짧은 생각 2021.01.14

꿈을 꾼 후에

평소보다 좀 일찍 잠이 깼다. 30여 분 누워 사념에 든다. 나는 잠이 싦다. 아니 꿈이 싫다고 하는 게 맞을 거다. 무의식의 세계에서도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데 문제는 비슷한 꿈이 나를 자주 괴롭힌다는 거다. 화장실을 찾는데 심하게 더럽거나 고장이 나 있고 주차한 곳을 못 찾아 헤매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 ..더러는 좋은 사람(연예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ㅋ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속박이 있는 건가..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고들 하는데 융 선생께 물어볼 수도 없고..^^ 현실로 돌아오는 아침이 좋다. 현실이라야 무의식의 세상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눈을 떴으니 살아야 하겠고.. 그리고 음악이 있지 않은가..^^

짧은 생각 2020.11.17

오늘은..

새로운 빨래를 세탁기에 돌리고 어제의 마른 빨래를 걷는데 그 틈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건너편 아파트 위로 무심하게 펼쳐진 파란 하늘.. 오늘이 추분이라더니 심하게 파랗다. 티 하나 없이.. 계절은 너무도 정직하다. 고맙게도.. 가을엔 기도하게 하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가 괜히 쓰이진 않은 듯싶다. 그 청명함에 병균도 힘이 빠졌을까. 확진자 수가 줄어 조금은 안심이다. 음악을 들으며 눈은 티비 여행프로에 가 있는 요즘, 누군가가 아이디 옆에 붙여 놓은 비행기 이모티콘만 봐도 설렌다. 그라나도스의 안달루시아를 들으니 더욱... 소중한 줄 모르고 허투루? 보낸 (좋은)시절이여~ 다시 돌아오기를~~^^ *기타를 연주하는 줄리안 브림은 얼마전 사망했다 한다.ㅠ

짧은 생각 2020.09.22

September song

계절은 참 성실하고 정직하다. 9월이라고 바람도 소슬하고, 벌써부터 마음 한 편이 시려오니.. 모르는 여자도 아름답게 보일 만큼(가을여자 노래) 감성이 열리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詩를 논하기엔 현실이 급박한 듯하다. 외면하고 싶은 쉼없는 문자 알림소리.. 숨쉬는 것만으로 감사한 세상이 될 줄이야. 생의 호시절을 다 보낸? 나는 괜찮지만 (여행 못 가는 아쉬움은 크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우리의 아이들은..ㅠㅠ 올 가을은 고독과 더 친해져야 할 듯싶다..

짧은 생각 2020.09.01

차이콥스키 비창

살다보면 참 씁쓸한 풍경을 보게 된다. 글로 소통하는 라디오 게시판에서 누군가 특정인을 공격했다. 음악 들으며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쓰는 게시판에서 딴지를 걸며 공격한 것..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곳에서 A는 B에게 모욕적인 언사로 망신을 줬다. 평소 감정이 있었던 걸까. 뭇사람들에게 신망을 받는 그가 미웠던 걸까. 사람이 모이는 곳에선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하는 게 놀라웠다. 음악 좋기로 소문난 월드뮤직 게시판에서도 그런 일은 자주 볼 수 있다. 입에 담지 못할 말(글)로 서로에게 무차별적 상처를 주고 받는 것.. 제작진은 그런 사람들을 차단시키거나 강퇴시키는데.. 세상 재미있는 게 불구경 싸움구경이라지만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싸움질이라니 ㅋ 왜들 그럴..

짧은 생각 2020.07.15

행복은 동사다?

참 쓸쓸한 날.. 누군가는 세상을 등지고 누군가는 꾸역꾸역 남은 생을 살아간다.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의 죽음이 애석한 건 그가 죽음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느꼈을 고독과 외로움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연민이랄까. 행복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태어났으니 살아야 하고 그것(행복)을 좇아 뭔가를 하고 또 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삶의 핑계이고 의무일 수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살 만한데.. 꼭 그래야만 했을까.ㅠㅠ

짧은 생각 20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