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220

오늘은..

휴일 아침, 꿈과 현실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데 하숙생1의 음성이 들린다. 오송에 사는 아무개 부인이 연락두절이라는.. 깜놀해 일어나 티비를 켜고 평소 울화가 치밀어 외면하는 뉴스에 왼종일 집중했다. 오래전 같은 직장의 직원 부인으로 정을 나누던 사이였어서 더욱 놀랐는데.. 아닐거야 ..하며 지금까지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관료들의 안일함이 또 하나의 인재를 만든 것 같다. 사람의 목숨을 뭘로 아는 건지.ㅠ 한국이 (진정한)선진국이 되는 길은 요원한 듯하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오랜만에 스페인어 공부를 하러 가는 지하철 안,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만 들여다 본다. 마치 언제 어떻게 들이닥칠지 모를 운명을 회피하려는 듯~ 앞자리의 젊은 여인이 (열차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눈썹을 그리고 있다. 신..

삶, 그 풍경 2023.07.17

동인지 출판기념회

오랜만에 현대수필 동인지 '청색시대'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번 책 제목은 이다. 1년 여 현대수필에 글을 못 내고 다른 잡지에 연재를 하던 터라 참석을 고민했는데 회장이 친히 전화를 걸어오고 궁금하기도 해서 가기로 결심했다. (글은 다른 지면에 발표한 글을 냈다.ㅎ) 충무로에 위치한 작은 호텔 (행사장)로 가는 길, 지하철 역 벽에 영화 포스터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지금은 아니라지만 '영화의 거리' 아니었던가.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모두들 반갑게 맞아준다. 구면과 초면의 문인들과 인사를 하고 착석, 강사로 오신 문학계 원로 임헌영 선생이 죽비를 날린다. "글감이 없어서 못 쓴다는 건 핑계다, 살아가는 일을 쓰면 된다. 사람 사물에 관심(애정)이 없다면 글을 쓰지 마라.." 괜스..

삶, 그 풍경 2023.07.07

여름나기

장마가 시작됐다. 베란다가 없는 아파트는 세찬 비가 오면 방으로 빗물이 들이쳐 창문부터 닫는다. 비가 잠시 그치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곤 한다. 늦은 밤, 비가 와도 들이치지 않을 정도로 창문을 살짝 열어놓으면 청량한 바람이 좁은 틈새로 들어온다. 그리고 어디서 우는지 모르는 개구리 울음소리도.. 아마도 집앞 개천 근방이겠지. 창가에 자리한 침대에 누워 듣는 개구리들의 불협화음 노래는 그 어떤 음악보다 나를 행복하게 한다. 요즘 자장가로 듣고 있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피아노를 능가하는..^^ 발코니 없는 방, 침대에 누워 고개만 젖히면 달을 볼 수 있으니 신선이 부럽지 않다. 그렇다면 좋은 꿈을 꿀 법도 한데.. 올 여름나기는 고전(흑백)영화 찾아보기로 정했다. 하루 두 편씩, 셜록 홈즈..

삶, 그 풍경 2023.06.27

북스테이

어디든 가야만 하는 시점이 있다. 그리고 그 계기는 불현듯 찾아온다. 티비 여행 프로그램을 보면 그 장소들을 다 가보고 싶은데 강화도에 있는 책방 '국자와 주걱'도 그랬다. 숙박을 겸한 그곳에 전화를 하니 방이 없다며 다른 곳을 추천해주신다. '책방시점'. 예약을 하고 두 시간을 달려갔다. 시간이 남아 전등사에 들러 노는데 젊은 승이 지나간다. 얼굴이 너무 맑아 빤히 쳐다보니 어색해 한다.ㅋ 체크인 시간 맞춰 한적한 시골에 서 있는 하얀집에 들어가자 거실엔 책장이 둘러 서 있고 주인장이 친절히 맞는다. '고요'라는 이름의 고양이까지 소개를 받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책장을 둘러봤다. 책을 마음대로 골라 보고 방에 가져가서 봐도 된단다. 책이 너무 많아서인가.. 손에 잡히는 책이 없었다. 전직 기자였다는 ..

삶, 그 풍경 2023.06.08

어학공부

중남미 문화에 매혹돼 스페인어를 시작한 지 석 달 째다. 즐겨 듣는 남미노래를 잘 듣기 위함도 있고.. 혹시 아는가. 언젠가 쿠바에 가 멋지게 다이키리 한 잔 주문하게 될지. 헤밍웨이처럼..^^ 이후 남미노래를 들을 때도, 세계테마기행 남미 편을 보면서도 몇 개의 단어가 들리는 짜릿한 기쁨을 느꼈는데.. 공부는 재밌으면서도 만만치 않았다. 언어 자체는 매력 있지만 복잡한 동사활용과 암기해야 할 단어들.. 입시를 앞둔 학생들처럼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많은 양의 공부가 살짝 부담됐다. 이후 책도 영화도 글쓰기도 미뤄지고 쫓기듯 삶에 여유가 없어진 건 사실이다. 너튜브 보며 여유있게 할 걸 그랬나 생각하던 차에 강사가 결정타를 던진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복습이나 잘 하세요. 내가 단톡방에 남미노래 ..

삶, 그 풍경 2023.05.08

단상 2

아침 클래식 방송 디제이이신 김미숙 님이 이별을 고했다. 원래는 방송 5년 째인 5월까지 하고 마치려 했던 방송을 앞당겨 그만둔 거다. 분위기 있는 우아한 목소리에 지적이고 아름다운 외모, 푸근한 심성까지 가진 그녀를 많은 애청자들이 좋아했다. 강석우 님에 이어 디제이와의 두 번째 이별이다. 게시판에 가지 않고 음악만 들었다면 서운함이 덜 했을 텐데.. 많이 허전하다. 그녀를 능가할 디제이가 오지 않는 한 귀만 열어둘 생각이지만.. 이미 중독된 습관을 그만둘 수 있을까.ㅎ 그동안 내 허섭한 글을 많이도 읽어주셨는데 이젠 드라마에서나 만날 것 같다.ㅠ 방송 마지막 곡 마를렌 디트리히 봄을 맞아 뭔가 설레는, 새로운 일을 생각하다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다. 회화까지는 언감생심이고 애정하는 중남미 음악을 듣는..

삶, 그 풍경 2023.03.11

단상

제주에서 일주일 째 홀로 여행 중인 아들은 마음껏 휴가를 즐기는 모양이다. 그간 직장에서 컴퓨터만 들여다보느라 제대로 취미생활도 못했는데.. 스트레스 떨쳐버리고 좋은 기 많이 받고 충분히 힐링하고 오길~ 즐겨보던 트로트 오디션이 끝났다. 마음으로 응원하던 가수가 1위를 해서 기쁘다. 깊은 저음을 가진 성악가가 기존 발성을 버리고 트로트를 부르는 모습이 짠했는데.. 실력 출중한 젊은 트롯맨들 모두 응원한다. 그 방송을 본 건 트로트가 좋아서라기보다 잔치구경하듯 덩달아 즐거웠기 때문이다. 트로트 가수들은 철학자들 같다. 가사가 대부분 철학적이고 인생이 담겼으니..^^ 그 중 한 명은 과거의 잘못으로 뛰어난 실력임에도 하차하고 말았는데.. 복병처럼 튀어나오는 과오들로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 언제 어떻게 될지..

삶, 그 풍경 2023.03.08

오늘은..

아침 음악방송 첫 멘트 글, 어느 벽에 '페인트를 발랐으니 기대지 마시오'라고 써 있었다. 그 아래 누군가 이렇게 썼다. '사람에게 기대지 마시오.' (그는 아마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러자 그 밑에 또 '사람끼리 기대고 살아야 한다' 고 써 있었다 하는데.. 방송작가는 그들의 마음에 기대어본다고 썼다. 사람을 의미하는 글자 인(人)을 보면 서로 기대어 있는 형상이니 기대고 사는 게 맞는 듯도 한데.. 1년 여 이어오던 인문학 공부가 갑자기 끝이 났다. 개개인의 사정으로 그렇게 된 것.. 오늘 점심을 함께 먹고 차도 마시며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는데.. 시를 쓰시는 선배님 한 분이 고향인 부산에 가서 그동안의 삶도 돌아보고 '마음 씻음'을 하시겠다고 한다. 연세 지긋하신 분께서 ..

삶, 그 풍경 2022.11.28

추억을 찾아

전주에 다녀왔다. 일 년 만인가. 치료 끝난 기념이라는 제목이 달린 여행인데 드라이브도 하고 싶고 바람도 쐬고 싶었다. 늘 그렇듯이 정취 어린 한옥마을에 숙소를 정하고 이틀을 지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한옥마을 풍경..갈 때마다 좋지만 마음이 하늘처럼 청량하진 않았다. 전주천 풍경, 멀리 (어릴 때 사탕 받으러 갔던) 교회가 보인다. 그땐 참 소박한 교회였는데.. 흔하게 볼 수 없는 정겨운 봉숭아꽃, 어릴 때 손톱에 싸매고 설렘에 잠 못 이루던 밤이 생각난다. 비가 내려 더 운치 있는 한옥..낙수를 보고 있으니 없는 시름도 잊힌다. 주인장이 틀어놓은 가야금 소리와 어울렸다. 동네 풍경..한옥 담벼락에 핀 작은 보랏빛 꽃들이 애잔했다. 언니의 권유로 (개화기)옷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었다. 보정 적..

삶, 그 풍경 202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