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없이 산다 종교 없이 산다 김소현 아들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사촌 집에 갔다가 홀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14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이라서 다닥다닥 붙은 좌석 옆자리에 누가 앉을지 내심 궁금하고 신경이 쓰였다. 가운데 자리이던 내 왼쪽에는 캐주얼한 차림에 모자를 쓴 약간 지적인 느낌의 .. 수필 2013.05.18
이창(異窓) 이창(異窓) 김소현 나른하고 무더운 여름날, 사진작가 제프(제임스 스튜어트 분)는 창가에 앉아 있다. 다리에 깁스를 하여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게 일상이다. 무심히 던진 시선 너머 건너편 아파트의 창이 보인다. 호기심이 발동한 그는 망원카메라로 그들의 삶을 구경한다. 음.. 수필 2013.05.18
진정한 자유를 찾아 진정한 자유를 찾아 -연극「헤다 가블러」- 김소현 연극 한 편 보기 위해 명동을 찾았다. 얼마 만인가. 결혼 후 서울살이 할 때 어린 아들과 함께 윈도쇼핑과 산책을 겸해 종종 찾던 그곳은 서울을 떠난 후로는 거의 발걸음 한 적이 없었다. 명동은 여전히 활기차고 인파로 북적였다. 예전.. 수필 2012.07.01
그 남자의 노래 그 남자의 노래 김소현 남자가 고향집을 찾은 건 삼 년 만이었다. 그동안 암 치료와 휴식을 하고 복직한 직장에 다시 나가느라 명절과 제사 같은 기념일에 참석하지 못했었다. 삼 년이란 세월이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었는데 어쩌면 수술자국이 남은 자신의 얼굴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 수필 2012.01.06
기품과 관능의 자비 기품과 관능의 자비 김 소현 인터넷 도보여행카페에 가입한 지 일 년이 되었다. 건강도 다지고 낯설고 먼 길을 걷는 희열을 맛보고자 가입한 카페다. 도보 코스는 주최자의 취향에 따라 산길 평지 도심 한복판 등 다양하였는데 나의 체력으로는 걷기의 고수들이 다니는 길은 그림의 떡일 뿐 후미를 따.. 수필 2011.02.17
그릇된 욕망 그릇된 욕망 김소현 일상의 존재들이 시들해질 때, 즐겨듣던 음악이 소음이 되고 알 수 없는 권태가 몸을 휘감을 때면 생동감 있는 예술의 현장으로 눈길이 쏠린다. 벼르던 연극을 보러가던 날, 모처럼 자유를 맞은 심신은 따사로운 햇살만큼이나 평화로웠고,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거리는 넘치는 공.. 수필 2010.08.20
사라 문 사진전 사라 문 사진전을 보고 김소현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날엔 마음속에 작은 파문이 인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강한 자극을 갈망하는 감성이 뭔가를 채워달라고 이성을 보채기 시작한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사진전을 보러 간 것은 그 때문이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간 패션사진전은 전혀 뜻밖.. 수필 2010.02.19
내 사랑 내 곁에 44 내 사랑 내 곁에 김소현 순전히 날씨 탓이었다. 지루하고 따분한 멜로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푸른 물이 뚝뚝 듣는 것 같은 하늘과 눈에 띄게 쇠락해가는 나무들이 가만있지 말고 멜로영화라도 한 편 보며 이 계절을 향유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내용이 시시하면 오래전 요절한.. 수필 2009.09.25
한때 거기 사랑이 한 때 거기 사랑이 김소현 TV 아침방송에 왕년의 인기가수 이용복이 나왔다. 세월이 비껴가는지 그의 외모는 그닥 변한 게 없어 보였고 노래 실력도 여전했다. 검은 안경을 끼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그를 보니, 역시 짙은 검은 안경에 신기에 가까운 기타실력을 선보이며 케 사라를 열창하던 푸에.. 수필 2009.08.15
마음 내려놓기 마음 내려놓기 김소현 몇 개월 전 남편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수술을 앞두고 생각지 않은 난관에 부닥쳤다. 기독교 신자인 시누이들이 수술을 받지 않고 기도로 병을 낫게 하자는 말을 꺼낸 것이다. 평소 신실한 신앙심을 잘 알고 있었지만 병명이 확실한 병을 기도로 낫게 하자는 그녀.. 수필 200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