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40

꽃잎 지던 날

봄날이 간다. 덧없이 보낸 이십대의 청춘시절처럼 짧은 봄날이 가고 있다. 찬란한 계절, 그 밝은 빛 안에서 무기력의 정령이 춤을 춘다. 나는 우두커니 멍한 채로 그 춤사위를 구경한다. 넘치는 햇살에 미안한 마음으로 눅눅한 가슴을 내다 말리며 새로이 희망을 조감해본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남루한 의식을 달래주 듯 마침내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내리는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바람을 동반해 참고 억누르던 울분을 토해내 듯, 정서 불안한 여인의 치맛자락 날리듯 그렇게 쏟아지고 있다. 비바람에 꽃잎이 떨어진다. 눈꽃처럼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괜스레 황홀해진다. 보사노바풍의 노랫말이 아름다운 노래 -말로의 를 흥얼거린다.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한 세상 지네 슬픔 날리네 눈부신 날들 가네 잠..

수필 200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