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악을 들으면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토요일 밤이면 TV에서 애수에 찬 선율이 흘러 나온다.
뭐라 말 할 수 없는 감성의 늪으로 빠지는 듯한 그 음률은
영화의 장르를 불문하고 TV앞에 앉게 만든다.
10년 이상 영화프로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돼 온 '아랑훼즈 협주곡'은
스페인의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가 작곡했다.
아랑훼즈는 18세기 에스파냐 부르봉 왕가의 여름 궁전 이름이다.
아랑훼즈를 좋아한 로드리고는 그 궁전의 모습과 시대상을 음악으로 멋지게 그려냈다.
그 나라의 전통악기인 기타를 사용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그 음률에 마음은 늘 산란해진다. 내 감성으로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가 부른 아랑훼즈를 선호한다.
애수에 찬 이 곡을 듣다보면
화려함과 신비함의 묘한 이미지를 가진 한 여배우의 얼굴이 떠오른다.
킴 노박.
연한 금발에 아련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몽환이 깃들여있다.
타이론 파워와 함께 한 영화인 '에디 더친 스토리'에서
그녀는 짧은 머리에 화려하면서도 청순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 '현기증'으로 유명해진 그녀는,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시종 신비롭고 우수어린 분위기로 한 남자의 영혼을 잠식한다.
두 영화에서 모두 자살하는 역을 한 탓일까.
아랑훼즈의 애수가 깃든 선율은
우연히도 비련의 역할을 한 아름다운 여인의 죽음과 연상되어 더욱 애련함을 준다.
남성들에게 팜므 파탈의 이미지로 '현기증'을 불러 일으키는 뇌쇄적인 외모의 소유자인 그녀는
자주 볼 수 없었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내게는 아랑훼즈와 킴 노박, 모두 팜므 파탈적 이미지를 준다.
현실을 잊게 만드는 음악과 여인.
그녀를 보면 그 음악이 떠오른다.(2005.분당 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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