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소녀와 아코디언

아데니움 2016. 11. 8. 11:41

 

 

 

 

시칠리아 시라쿠사 거리 모퉁이에서 아코디언 소리가 울린다.

해맑은 미소를 가진 열 서넛쯤 된 소녀가 영화<The Godfather 대부>주제곡 ‘Speak Softly Love’를 연주하고 있다. 낡은 아코디언에서 나오는 음악은 단 네 곡. 행인들은 이따금 소녀에게 동전을 던져 준다. 다른 한쪽에서는 소녀의 오빠가 비슷한 레퍼토리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다.

‘스시가게’를 운영하는 60대 후반의  노신사는 산책길에 소녀를 보면 동전을 준다. 어느 날부터 소녀는 노신사를 기다렸다. 다른 곡을 연주하다가도 멀리서 그가 오는 걸 보면 ‘대부’의 주제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젊어서 건축 설계를 했던 로맨티스트 노신사는 타향의 삶이 쓸쓸하고 울적할 때 거리를 산책하고, 소녀는 그가 지날 때마다 ‘Godfather’ 주제곡을 연주한다.

시칠리아…, 고풍스럽고 한적한 시라쿠사 밤거리에 소녀의 아코디언 선율이 애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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