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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수작'

봄은 수작의 계절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꿀벌들이 봄꽃마다 수작을 건다 꽃들이 수작을 건다 매화의 속눈썹과 복사꽃의 붉은 뺨을 보라 아무리 바쁜 꿀벌도 안 들르고는 못 간다 수작은 관계의 시작이다 꽃이 없으면 열매가 없다 꽃의 수작이 우리를 살게 한다 허튼 수작이라도 봄에는 용서할 만하다 반칠환 시인의 글이다. 꽃의 수작ㅡ유혹은 얼마든지 받아주고 싶다.^^ 꽃들은 더이상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만개했다. 춘정이 사라지면 신록이 산과 들을 채울 거다. 나는 그때를 기다린다. 아들과 사전투표 마치고 데이트를 했다. 어느새 트렌치 코트가 덥게 느껴진다. 아이스커피의 계절이다. 옷장에 걸려 외출 못한 봄옷들은 어쩌나~^^

카테고리 없음 2024.04.08

ㅡ마르케스 유고소설 {8월에 만나요}

k클래식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였던 유선경의 신간 를 구매하며 읽을 만한 소설 없나 보다가 찾은 마르케스 유고 소설 . 나의 로망인 남미여행을 대신할, 제목부터 매력적인 아담한 책이다. 과는 전혀 다른 현대적이고 매혹 가득한 소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중년의 여성 아나 세바스티안 바흐(음악가 바흐와 같은 이름이다)는 결혼 후 27년간 일 년에 한 번 8월에 섬 공동묘지에 묻힌 엄마 묘지에 꽃(글라디올러스)을 놓으러 가서 하룻밤을 묵고 오는데, 소설은 40대 후반인 어느 해 8월부터 섬에서 만난 각각 다른 남자와 밤을 지내고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일은 3년 동안 계속되다 엄마의 유골을 집으로 가져오며 끝이 나는데.. 파묘 중 어머니의 유해를 보며 그녀가 곧 자신임을 느낀다. 해설에는 그 장면이 두..

그 책에는.. 2024.03.24

3개월 만의 외출

수필가 5인 모임 월하오작이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지난 연말에 어렵게 얼굴 보고 3개월 만이다. 선배님의 수상을 축하하는 자리다. 나도 (환자 퇴원 후) 한 숨 돌리게 돼 참석해서 달빛 아래 술잔을 부딪치며 모처럼 즐겁게 회포를 풀었다. 의리로 20년 넘게 이어진 관계, 가벼운 얘기도 무겁게 무거운 얘기도 가볍게 할 수 있어 좋은 자리다.^^ 어쩌면 서로의 마지막 모습까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문인으로도 주부로서도 훌륭하신 4인4색. 모두 건강 잘 지켜 이전처럼 여행도 하고 '아름다운' 풍류를 함께할 수 있길~~^^

카테고리 없음 2024.03.21

자서전 읽기 /허정열

앞선 사람의 등을 본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등이 산의 등줄기처럼 굽어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삶의 무늬가 느릿느릿 출렁인다. 한번도 소리 내어 목소리를 들려준 적 없는 등이 뒤뜽이며 말을 걸어온다. 수시로 흔들렸을 바람의 시간과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먹구름의 무게가 느껴진다. 고독과 외로움이 깃든 쓸쓸함이 덮여 있다. 정면으로 마주칠 때는 볼 수 없었던 사연들이 무딘 봉분처럼 숨어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층층이 쌓여 오래된 서가를 보는 듯하다. 등은 내가 써서 남에게 무료로 배부하는 한 권의 자서전이다. 길을 나서면 한 사람의 생을 유추하며 읽을 기회가 주어진다. 잠시라도 멈춰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건 기다림이 있는 정류소나 대기실이다. 그것도 잠시 앉아 있을 때나 서 있을 때 ..

줄들의 향연

복부를 열고 식도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지낸 뒤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산소호흡기와 이런저런,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줄을 여럿 매달고.. 그러나 시일이 지나며 상태가 좋아질수록 그 줄은 하나씩 제거된다. 그리고 다시 일반 병실로.. 수술 5일째, 줄들의 향연은 끝나고 이제는 유동식이 들어가는 줄과 약물주사 줄, 노폐물 배출 줄 세 개 정도만 매달려 있다. 흉부외과 수술은 많이 걸어야(운동) 회복이 빠르다 한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걷고 있다. 병원 복도를. 사후에 강한 타입.. '의료 대란' 직전에 수술을 끝내 참 다행이다. 그동안 응원과 기도를 해주신 주변 지인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세수하고 거울을 보는데 낯선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그새 십년 쯤 늙은 듯..ㅠ 아침에 눈을 뜨고..

삶, 그 풍경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