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는..

ㅡ마르케스 유고소설 {8월에 만나요}

아데니움 2024. 3. 24. 15:37


k클래식 '세상의 모든 음악 '작가였던
유선경의 신간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를 구매하며
읽을 만한 소설 없나 보다가 찾은 마르케스 유고 소설 <8월에 만나요>.
나의 로망인 남미여행을 대신할, 제목부터
매력적인 아담한 책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과는 전혀 다른
현대적이고 매혹 가득한 소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중년의 여성 아나 세바스티안 바흐(음악가 바흐와 같은 이름이다)는 결혼 후
27년간 일 년에 한 번 8월에 섬 공동묘지에 묻힌 엄마 묘지에 꽃(글라디올러스)을 놓으러 가서 하룻밤을 묵고 오는데,
소설은 40대 후반인 어느 해 8월부터 섬에서 만난 각각 다른 남자와 밤을 지내고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일은 3년 동안 계속되다 엄마의 유골을 집으로 가져오며 끝이 나는데..
파묘 중 어머니의 유해를 보며 그녀가 곧 자신임을 느낀다.
해설에는  그 장면이 두 사람의 화해이고 공동운명을 이해하는 명장면이라 했지만 해석은 주관적일 테다.
엄마 얘기가 충분치 않고 두 사람의 갈등 언급이 없으니,  엄마의 묘지는  장치일 뿐 그녀의 일탈이 주된 내용이다.
지명, 이름들 만으로 설레고  평범치 않은  매력적인 문체,
등장하는 음악가, 문학작품이 취향저격이다.
뜻밖에 마르케스의 음악사랑과 지식을 엿볼 수 있었다.
마르케스는 무인도에 가게 되면
바흐의 음악을 가져가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한다.
카프카는 자신의 미발표 작품을 모두 불태우라 했지만 친구가 약속을 어기고 출간했다.
마르케스의 두 아들도 고인의 뜻을 어기고
이 매력적인 작품을 출간하여
이역만리의 나도 읽을 수 있게 해줬다.
한 남미여인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책,

아 떠나고 싶다~카리브해로..^^

'우리는 각자 재능이 있고 질병에 걸리더라도 그걸 하루아침에 갑자기 잃어버리지 않는다.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난 마르케스가 왜 계속 글을 썼는지 완전하게 이해한다'
(웬디 미첼)

'그 책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겐 가까운 바다가 있다》  (2) 2023.08.13
류시화 시집  (0) 2022.10.14
작 별 인 사 /김영하  (0) 2022.09.04
인도 우화집  (0) 2022.02.03
예술의 주름들  (0) 202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