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는..

작 별 인 사 /김영하

아데니움 2022. 9. 4. 15:45

김영하 신작 소설 「작별인사」를 뒤늦게 사봤다.
전혀 정보 없이 김영하라는 이름만 보고 산 소설의 내용은
(유명 작가의 책은 무조건 사게 된다)
예상 밖으로 휴머노이드(인간의 정신과 신체를 가진) 로봇 얘기였다.
첨엔 아이고 싶었지만
역시 이름값을 하는 작가답다고 생각했다.
상상이 전혀 상상일 수만은 없는 기까운 미래 이야기..
그런데 로봇 얘기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
김영하라는 작가의 인간미가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작품이 자신을 숨긴 오락성(?) 글이었다면
이번 책은 어느 정도 나이 든 작가의 인간 존재의 근원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죽음을 직시하는 데서 온다.'
그는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는 로봇'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고 작가의 말에 썼는데
방송에서 본 평소 그의 말투가 사이보그 같은 느낌이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소설 말미에
클론과 로봇의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는 스토리가 짠했다. 죽음으로 끝나기 때문일까..
이역만리로 노인이 된 첫사랑(?)을 찾아가는 휴머노이드 철이..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집착은 로봇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ㅋ
작가는 '작별인사'가 지금까지 써온 모든 글의 제목이 될 수 있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책속, 밑줄 친 부분을 옮겨본다.

...외롭지만 어떻게든 이 고통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갈 이유를 찾는 존재..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한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하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다.

생자필멸.. 같은 필멸의 존재로서 공감하는 쓸쓸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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