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좇아 147

나혜석의 일생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 최초로 해외유학을 하고 최초로 유럽을 여행한 여자 나혜석은 1896년 수원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가 딸들에겐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 아명으로 불리다가 여고에 들어가면서 '명순'이란 이름을 얻는다. 그녀는 진명여자보통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오빠들의 권유로 일본으로 떠나 일본여자미술대학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근대적 여성의식에 눈뜬 그녀는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오빠 친구인 최승구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집안에서 정해준 정혼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약혼발표를 하지만 최승구는 폐결핵에 걸려 먼저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어 그녀도 귀국 후, 최승구 형의 편지를 받고 그의 집에 가는데 그는 그녀에게 '오해없이 영원히 잊어주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망한다..

미(美)를 좇아 2021.08.29

클레오파트라 7세

클레오파트라..미모의 팜므파탈 이미지로 각인된 이집트의 여왕이다. 클레오파트라는 이름이 아니고 칭호였다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클레오파트라는 클레오파트라 7세라고.. 그녀는 남동생과 같이 이집트를 통치했다. 어학실력이 뛰어났던 그녀는 9개국 정도의 언어를 구사했고 역사, 그림, 악기, 성악, 말타기 등 다재다능한 지성인이었다 한다. 남동생 사망 후 그녀는 로마의 카이시르를 (어렵게)만나 그의 아이까지 낳지만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후 쫓겨난다. 그의 유언장에는 그녀와 아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니 남자의 마음이란 참.. 당시 로마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레피두스 세 명이 이끌고 있었는데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를 초대해 그와 연인이 되고 쌍둥이를 낳는다. 이후 안토니우스는 로마로 돌아가 아내인 옥타비..

미(美)를 좇아 2021.08.06

봉선사 연꽃

연꽃을 보러 남양주에 있는 봉선사에 다녀왔다. 여름이면 보러 가는 꽃이다. 두물머리도 생각했지만 기왕이면 사찰의 연꽃이 나을 듯해 그곳을 택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봉선사는 아담하고 주변 경관이 운치가 있었다. 그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볼 수 있게 나무의자도 마련돼 있고 시원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카페도 있었다. 하늘은 가을의 그것처럼 파랗고 드문드문 흰 구름이 한여름의 정적을 더했다. 태양이 좀 덜 뜨거웠다면 계속 앉아 있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연꽃은 그닥 보이지 않았고 태양볕에 지쳤는지 드문드문 보이는 꼿송이는 너무 벙글어 만개한 목련 같았다.ㅎ 함께 간 친구와 연못가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불자도 아니면서) 절 내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가족의 안위를 빌었다. 옆 경내에선 마침 스님의 독경이 ..

미(美)를 좇아 2021.07.26

힌국 근현대 미술명작전

차분하고 야무지게 그림을 설명하는 도슨트 아가씨^^(천경자 작품) 한국 근현대 미술명작전이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다. 코로나 때문인지 공연이 아닌데도 미리 예약날짜와 시간을 신청해야 했다. 한국 근현대에 활동한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한 터치 한 터치 작가들의 간절함과 절실함이 느껴졌다. 그들의 숨결을, 내면을 유추해보며 감상했다. 전쟁이나 (역사의)고난을 겪은 작가들의 그림은 괜스레 눈물겨웠다. 그 중 천경자 님의 색다른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았고.. 관람객이 적어서일까.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일까.. 그림들을 두고 나오는데 묘하게 쓸쓸했다. 뭐지?? 마치 고향집에 갔다가 부모님과 작별하는 듯한 .. 다 좋았는데 구두를 신고가는 바람에 발이 고생했다.ㅠ 신발장을 열으니 사놓고 안 ..

미(美)를 좇아 2021.07.08

아녜스 바르다

예전 음악방송에서 소개한 벨기에 태생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를 나희덕 책 '예술의 주름들'에서 다시 만났다. 티비 영화보기에서 검색해 그녀를 만났다. 80 생일을 맞아 자신의 삶을(영화로 만들어) 되돌아보는 다큐 형식이었다. 장면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그림처럼 전시회를 보는 듯 아름다웠다. 해변 모래사장에 거울을 설치해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다와 파도를 담고, 돛배를 타고 세느강을 돌며 추억을 회상한다. 주민들과 가족을 출연시킨 해변의 전시장에서의 그녀의 직품들은 예술이었다. 바닷가에서의 서커스는 특유의 쓸쓸함 없이 아름답기만 했다. 생일 선물로 꽃 대신 빗자루를 선물하는 지인들.. 그 빗자루 속의 아녜스의 모습마저 그림이었다. 젊어서는 3년 정도 어망을 수선하는 뱃일을 하기도 하고 여인들의 권리를 위해 (..

미(美)를 좇아 2021.07.02

영화 '캐스트 어웨이'

미국 멤피스에서 페덱스 운송회사에 다니며 바쁘게 사는 척 놀랜스(톰 행크스 분)는 크리스마스에도 화물기를 타기 위해 차안에서 사랑하는 여인 켈리와 선물을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연말에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폭풍우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그는 낯선 무인도 해변에서 깨어난다. 강인한 그는 파도에 떠밀려온 택배상자를 열어 스케이트 날로 코코넛을 자르고 망사치마로 물고기를 잡고 배구공에 피로 눈 코 입을 그려 윌슨이라 이름 짓고 대화하며 혼자만의 생활에 익숙해진다. 상자 하나만은 뜯지 않고 남겨두는데.. 그렇게 4년을 버틴 그는 어느날 파도가 가져다 준 기체 일부를 돛으로 삼고 뗏목을 만들어 섬을 떠난다. 그리고 험난한 표류 끝에 페덱스 화물선에 구조된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은 남의 아내가 돼 있고.. 그가 친구에..

미(美)를 좇아 2020.09.08

박성연 님을 추모하며..

한국 재즈계의 대모이신 박성연 님의 타계 소식을 들었다. 몇 년 전 브라보 재즈라이프 공연에서 연로하신 모습으로 안토니오송을 힘겹게 부르시더니..결국.. 나이가 들면 체구도 작아지는가. 그 작은 체구 때문인지 혼신을 다 한 열창에 눈시울이 젖었었다. 헌정 출연한 재즈보컬 말로가 "선생님처럼 살다가 죽고 싶어요"하던 말이 생각난다. 70년대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재즈인들을 위해 노래하며 쉴 수 있는 공간(야누스)을 만들어주고 자신 역시 활동도 열심히 하신 그녀였다. 삶은 유한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Wind's Blowing

미(美)를 좇아 2020.08.24

드뷔시와 모네 공연

연세대 캠퍼스 내에 위치한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드뷔시와 모네 공연을 보고 왔다.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시간 장소 정보도 없이 제목만 듣고 무심코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된 것. 전날 폭우가 쏟아져 무척 신경쓰였었다. 신청해놓고 안 갈 수 없었기 때문.ㅎ 다행히 비도 그쳐주고.. 덕분에 한국 sky 대학의 한 곳인 연세대 캠퍼스도 들어가보고 학교 앞 전통을 자랑하는 독수리 다방에서 사진도 찍었다. 근처에 학생들이 바글바글..공부 잘하는 애들이 이렇게 많았나.ㅋ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친구와 한 자리 건너 앉았다. 조촐한 공연이었지만 트리오 가이스트라는 훈남 3인방의 연주도 좋았고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그림도 좋았다. 에릭 사티 곡 연주 때는 그가 사랑한 여인 수잔 발라동을 보여주고(르느와르 작품) 포레의 곡엔 드가..

미(美)를 좇아 2020.07.25

아름다움의 실종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93세로 별세했다. 라디오 팝음악 게시판에서 누군가 소식을 알렸다. 피디가 팝 대신 그의 음악 몇 곡을 들려준다. 게시판은 초상집 분위기.. 역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만 슬픔을 느낀다. 아름다움의 극을 느끼게 해준 독보적인 그의 음악들.. 이제 어디에서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그의 음악으로 얼마나 많이 행복하고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던가. 블멸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남기고 떠나신 님.. 가까운 지인이 떠난 듯 눈물이 솟았다. 아름다움의 실종이다.ㅠㅠ

미(美)를 좇아 2020.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