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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15일, 4차입원을 앞두고 휴식?하는 나날.. (매일 병원으로 출근해 방사선 치료만 받고 있다.) 날씨도 따듯해서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병색 짙은 나무들 사이 소나무는 꿋꿋하게 초록을 과시하고 천변 버드나무도 푸른 기가 남아 있다. 봄날의 힘있는 낭창함은 아니었지만 휘어질지언정 꺾이지는 않겠다는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다.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얼마전까지 평화롭고 권태롭게 걸었었지 생각한다. 삶은 참 지루할 틈이 없다. 주인을 따라 쫄랑쫄랑 견공들이 지나간다. 목줄에 매여 주인 눈치를 보며 따라가는 걸 보면 안쓰럽다. 티비 프로 중 동물농장을 즐겨 보는데 유기견이나 고양이들 구출하는 걸 보며 힐링하려는 마음이 크다. 포획된 후 병원에 가 검진하고 목욕하고 배불리 먹고 좋은 사람에게..

삶, 그 풍경 2023.12.10

겨울 시작

3차 항암을 마치고 또 다시 퇴원했다. 12월부턴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단다. 이젠 병원이 제2의 집처럼 편안?하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그의 배려로 (허리가 부실한 나를 생각한 듯) 나는 출퇴근하는 간병인처럼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가 저녁식사(미음)를 마치면 불편 없게 마무리를 한 뒤, 어둠을 뚫고 찬바람 부는 (언덕에 위치한) 지상주차장으로 향하곤 했다. (지하는 입퇴원 날 제외하곤 주차료가 어마무시하다) 환자가 거동을 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것..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통원이지만 4차 항암 시작하면 다시 입원을 해야 한다. 그땐 그도 힘들어서 24시간 곁에 있어야 할지도.. 방사선 끝나면 수술을 하게 될지.. 기관지에 붙어 있는 암은 수술해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한다. ㅠ 병원 1층은 커..

삶, 그 풍경 2023.12.01

삶을 살아낸다는 건/황동규

다 왔다. 하늘이 자찬히 햇빛으로 바뀌기 시작한 아파트 동과 동사이로 마지막 잎들이 지고 있다. 허투루루. 바람이 지나가다 말고 투덜거린다. 엘리베이터 같이 쓰는 이웃이 걸음 멈추고 같이 투덜대다 말고 인사를 한다. 조그만 인사, 서로가 살갑다 얇은 서리 가운 입던 꽃들 사라지고 땅에 꽂히는 철사 같은 장미 줄기들 사이로 낙엽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밟히면 먼저 떨어진 것일수록 소리가 엷어진다. 아직 햇빛이 닿아있는 피라칸사 열매는 더 붉어지고 하나하나 눈인사하듯 똑똑해졌다. 더 똑똑해지면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이 모든 것이. 시각을 떠나 청각에서 걸러지며. 두터운 옷을 두르고 있던 나무 몇이 가랑가랑 마른 기침소리로 나타나 속에 감추었던 가지와 둥치들을 내놓는다. 근육을 저리 바싹 말려버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