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겨울 시작

아데니움 2023. 12. 1. 11:59

3차 항암을 마치고 또 다시 퇴원했다.
12월부턴 방사선 치료를 병행한단다.
이젠 병원이 제2의 집처럼 편안?하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그의 배려로 (허리가 부실한 나를 생각한 듯)
나는 출퇴근하는 간병인처럼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가 저녁식사(미음)를 마치면
불편 없게 마무리를 한 뒤,
어둠을 뚫고 찬바람 부는 (언덕에 위치한) 지상주차장으로 향하곤 했다.
(지하는 입퇴원 날 제외하곤 주차료가 어마무시하다)
환자가 거동을 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것..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면 통원이지만
4차 항암 시작하면 다시 입원을 해야 한다.
그땐 그도 힘들어서 24시간 곁에 있어야 할지도..
방사선 끝나면 수술을 하게 될지..
기관지에 붙어 있는 암은 수술해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한다. ㅠ

병원 1층은 커피숍도 있고 늘상 방문객으로 북적이는데
폴대를 잡고 걸어다니는 환자가 아니면
병원이 맞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심폐소생술을 하며 급히 지나는 병상을 보면 병원이 맞구나 한다.
지하 식당은 보호자들과 방문객으로 늘 문전성시다.
나는 얼치기 간병인 노릇을 하면서도
식당에 가 꼬박꼬박 밥을 사먹었다.
하는 일 없어도 허기가 지곤 했는데
그것은 마음의 허기인가.

퇴원 전 병실에 앉아 있는데 커튼 너머 창밖에 눈발이 날렸다.
단풍이 지쳐 갈잎이 된
바싹 마른 나무들이 추위에 떠는 듯하다.
망연히 앉아 바라보는데
온갖 암으로 5년째 투병하고 위를 절제했다는
옆침대 환자 부인이 커튼을 열고
내게 하소연 한다.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하면서도
내가 누구 위로할 상황인가 싶다.

유일한 벗,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가곡 <가고파>가 흐른다.
언젠가 가리라 생각만 하고 있는 마산여행..
'그 파란 물'을 확인하고 싶다.
15년 전, 첫번째 암 완치 후
그는 울산 바다에서 수영을 했었다.
나는 그걸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던가.
내년 봄쯤엔 마산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으려나..
극강의 측은지심에 마음이 아프다.


내게도 누가 광대 좀 보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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