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가퇴원

아데니움 2023. 10. 18. 00:00

그가 1차 항암을 마치고 퇴원했다.
2차는 2주 후부터다.
의료진 요청으로
첫번째 암 병리 슬라이드를 가지러 삼성병원에 다녀오는데 몸이 안 좋았다.
(바로 주는 게 아니고 신청을 해야 했다)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열도 나는 것 같아 간호사에게 열체크를 부탁하니
코로나 검사를 하라한다.
편의점에서 키트를 사다가 자가진단해보니 양성으로 나왔다. (다행히 남편은 음성)
아이러니하게도 병은 병원에서 걸린다.
커튼 너머에서 심하게 기침을 하다 코로나 양성 결과로 병실을 나간 노인이 생각난다.ㅠ
간호사는 옆 침대 환자가 폐렴환자라서 감염되면 안 되니 빨리 집으로 가란다.
그를 홀로 두고 집으로 줄행랑..
 
사흘 동안 약 먹으며 침대에 누워 앓다가 
5일째 되니 회복이 좀 된 느낌이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2키로가 빠졌다.
입술 끝엔 열꽃이 폈다졌는지 검은 점이 생기고..
다시 삼성병원에 가 신청했던 슬라이드를 찾고 병원으로 돌아와
퇴원수속을 하고 가퇴원을 했다.
집에 돌아오니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긴다.
밥을 못 먹는 그를 위해 죽을 끓여 믹서에 갈아먹이고 기타 유동식을 챙기는 거 외에
내가 하는 일은 없다.
밀쳐뒀던 책도 좀 보고  음악도..
건강관리 잘 못 하여 나를 두 번씩 고생시키나 싶어 원망과 짜증이 몰려올 때도 있지만
본인은 오죽하랴 싶어 마음을 다잡는다.
인생을 살며 누구나 고통 한둘은 안고 살기에
내 몫이고 나의 업보라 생각하며 견딘다.
당장 어찌 되는 거 아니니 조급하게 마음 들볶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일상을 이어가려 한다.
병원과 집을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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