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산책길

아데니움 2023. 12. 10. 13:01

15일, 4차입원을 앞두고 휴식?하는 나날..
(매일 병원으로 출근해 방사선 치료만 받고 있다.)
날씨도 따듯해서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다.
병색 짙은 나무들 사이
소나무는 꿋꿋하게 초록을 과시하고
천변 버드나무도 푸른 기가 남아 있다.
봄날의 힘있는 낭창함은 아니었지만
휘어질지언정  꺾이지는 않겠다는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다.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얼마전까지 평화롭고 권태롭게 걸었었지 생각한다.
삶은 참 지루할 틈이 없다.

 

주인을 따라 쫄랑쫄랑 견공들이 지나간다.

목줄에 매여 주인 눈치를 보며 따라가는 걸 보면 안쓰럽다.
티비 프로 중 동물농장을 즐겨 보는데
유기견이나 고양이들 구출하는 걸 보며
힐링하려는 마음이 크다.
포획된 후 병원에 가 검진하고 목욕하고 배불리 먹고

좋은 사람에게 입양되는 걸 보며 안심한다.
최근엔 인스타에서 개와 고양이들의 활약상?도 보는데
말만 못할 뿐 사람과 똑같은 존재들임을 느낀다.
그들이 주인에게 충성하는 건 결국 먹이 때문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간식 하나 얻어먹으려고 손 주고 발 주고 구르고..ㅎ

사랑이라는 이유로 학대받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는데..
하긴 강남 어디에는 개에게 코스요리를 먹이는 식당?도 있다하니 개팔자가 상팔자다. 무튼..
주인에 충성하고 의리를 지키는 개가 사람보다 낫기도 하다.

 

어릴 때 키우던 개 (피스)를 잃은 뒤
살아있는 건 키우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지금 같으면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어떻게든 범인을 색출해 응징하겠지만(ㅋㅋ)
초등학생인 아이는 슬피 눈물만 흘렸었다.
인스타를 보며 여생을 함께할 아깽이(아기고양이)한 마리 키워보고도 싶지만 ..
영원한 관계가 있던가.
고개를 흔들며 급 현실로 돌아온다.
급한 불부터 꺼야지.
옷을 잘 차려입은 강아지가 지나간다.
자기가 입고 싶어서 입었을까 ..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환자 먹일 죽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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