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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나들이

찜해놓고 잊고 있던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마감일이 다가와 부랴부랴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차를 세 번씩 갈아타며.. 누가 등떠미는 것도 아닌데 마치 강박처럼, 숙제하듯 하는 발걸음이다. 티켓을 사고 혼잡을 피하기 위한 번호표를 받은 뒤 들어갈 수 있었다. 어둑한 공간에 위엄있게 걸려 있는 고풍스런 그림들, 고전적이고 품위가 느껴지는 그림들을 찬찬히 보는데 그림도 좋지만 엔틱한 액자가 맘에 들었다.ㅋ 주로 종교그림이 많았고 애정하는 윌리엄 터너 그림이 있어 반가웠다. 관람을 끝내고 에 가 파스타와 (오랜만에)맥주도 한 잔 시키고 초록 일색인, 평화로운 풍경의 밖을 내다보는데 흐르는 음악 때문인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괜스레 울컥했다. 아마도 올드팝 같았는데....

미(美)를 좇아 2023.09.21

9월의 꽃

9월에 한시적으로 피는 꽃무릇.. 고창 선운사행이 무산돼 중앙공원으로 발품을 팔았다. 꽃이 피고 진 다음 잎이 나와 서로 만나지 못하는 가여운 운명이라고.. 촘촘하게라도 심어주지 듬성거리는 게 좀 쓸쓸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빨간 색종이를 오려 엮은 듯한 조화 같은 생김새인데 무리지면 아름답다. 전문가 포스의 사진사들이 눈에 띈다. 사찰에 핀 붉은 꽃은 더욱 오묘할 듯한데 내년엔 선운사에서 보리라 다짐을..^^

카테고리 없음 2023.09.19

폐부를 찌르는 쓸쓸함

폐부를 찌르는 쓸쓸함 -영화 길(La Strada)과 니노 로타- 김소현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환절기는 두렵다.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과는 분명 다른 신산함이 있기에. 그 쓸쓸함을 닮은 소리가 있다. 니노 로타의 영화음악에서 흐르는 트럼펫이다. 트럼펫은 시끄러운 악기라고만 생각했었다. 군대에서 기상과 취침시간을 알리는 단순한 ‘나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랜 기간 트럼펫을 외면하고 음색이 비슷하면서도 부드러운 플루겔 혼을 자주 들었다. 척 맨지오니 내한공연을 보고나선 더욱 그랬다. 최근 크리스 보티의 트럼펫 연주를 듣고서야 그 소리의 매혹을 알게 됐다. 고독한 남자의 독백 같은 애잔한 소리라니. 하이든의 처럼 때로는 힘을 주기도 하는 매력적인 악기다. 이탈리아 영화음악가 니노..

영흥수목원

수원 편에 소개된 '영흥수목원'을 마음속에 저장하고 아드님이 차를 언제 두고 가시나 살피던 중 ㅋ 오늘 불현듯 충동이 일어 집을 나섰다. (라디오 음악방송에서 청명한 하늘을 즐기라고 부추긴 덕도 있다.) 버스와 전철, 택시를 타고 도착해 뙤약볕에 양산을 무기삼아 수목원으로 들어섰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쨍한 햇볕.. 하지만 꽃은 시들었고 나무도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다. 단풍나무는 한두 잎이 퇴색했다. 환절기의 신산함이 수목원에도 고여 있었다. 인적 없는 고즈넉한 숲.. 앞서 간 젊은 커플에겐 반가울지 모르지만 나는 살짝 신경쓰였다.(무서웠다) 온실에 들어가니 이국적이고 신비한 식물들이 자태를 보인다. 바나나도 보이고, 노니는 몸에 좋다는 그것인가. '극락조화'라는 꽃은 어딘지 범접키 어려운 ..

삶, 그 풍경 202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