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작가의 말 김훈 신간 <연필로 쓰기> 김훈 (지은이)의 말 나는 여론을 일으키거나 거기에 붙어서 편을 끌어모으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의 글은 다만 글이기를 바랄 뿐, 아무것도 도모하지 않고 당신들의 긍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나의 편견과 편애, 소망과 분노, 슬픔과 기쁨에 당.. 타인의 글(필사) 2019.04.02
청빙의 가르침 / 조정권 청빙의 가르침 '청빙'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김달진 옹이 번역하신 '한산시'를 읽어 가다 보면 시 하단에 붙인 주석 속에 두 줄 정도 설명이 나와 있지요. '청빙'에는 추운 겨울밤 여우 한 마리가 언 강바닥을 두드려 가며 얼음 소리를 들어 보고 조심스레 강을 건너간다는 뜻이 담겨 있.. 타인의 글(필사) 2019.02.13
다른 길 / 황현산 국립국어원의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에는 '소리가 예쁜 우리말이 연재된다. 주로 '송알송알' '방글방글' '자밤자밤' 같은 첩어들이 소개된다. 같거나 비슷한 어절이 반복되니 당연히 박자가 좋고, 또 많은 경우 토속 정서와 연결돼 있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에서나 몸이 벌써 .. 타인의 글(필사) 2018.11.10
시 두 편 커피가는 시간 / 문정희 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 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 상처와 빗방울을 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 직업보다 떠돌기를 좋아하고 있어요 바.. 타인의 글(필사) 2018.10.19
마음사전 / 김소연 진실 진실을 알기 위하여 사람들은 무덤을 판다. 진실을 캐기 위한 삽질이 결국은 제 무덤을 파는 것으로 이어진다. 진실은 언제나 너절하다. 그리고 궁색하다. 그것을 알고자, 혹은 알리고자 하는 순간부터 독이 번진다. 천천히 독이 번져나가는 동안 열심히 진실을 추구한다. 진실은 언.. 타인의 글(필사) 2018.09.18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한 성자가 숲속에 홀로 살았다. 어느 날 다른 한 사람이 찾아와 그에게 힌두교의 성전인 <바가바드 기타> 한 권을 주고 갔다. 어느 날 쥐가 책을 쏠아버린 것을 보고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기르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우유가 필요하자 이번에는 암소를 키웠다. 이렇게 되자 이 짐승.. 타인의 글(필사) 2018.08.23
고요한 달밤 고요한 달밤 해안화상 고요한 달밤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들고 오는 이가 있거든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듣지 않아도 좋다 이른 새벽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울.. 타인의 글(필사) 2018.08.04
추모詩,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 꽃, 비틀거리는 날이면 / 박미림 거문고 별자리 그날 이후 보이지 않는다 하루 치 분량 먼지가 무표정하게 앉은 날 한 통의 편지 당신이 떠난 후 쓴다 당신과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인연에 대해 어쩜, 이 편지는 먼 훗날에나 읽을지도 모른다 드문드문 소등을 준비하는 새벽 어스름 삐걱.. 타인의 글(필사) 2018.05.23
詩 십일월 십일월 / 강은소 어둠을 쓸어내는 누군가 지나온 날들의 무게만큼 빛난다 물든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십일월 밑창 얇은 운동화처럼 젖은 가슴 부둥켜안고 우리는 어디론가 떠나야만 한다 비가 내리고 낙엽이 채는 거리를 돌아 오래전에 떠나온 친구의 들창 아래 서면 때맞춰 불빛에 새어.. 타인의 글(필사) 2017.11.07
'사람의 말에도 지문이 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언어에도 지문이 있다. 언어는 내용어와 기능어로 나뉜다. 내용어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슬피 빨리), 기능어는 인칭대명사(나,너,우리,그들) 지시대명사(이,그,저) 수사(약간의, 대부분의) 일반적인 부사(매우, 정말로) 조사(는,을,에게) 접속사(그러나,그리고,.. 타인의 글(필사) 2016.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