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 풀쑥 / 오은 몸을 열면 질병이 입을 열면 거짓말이 창문을 열면 도둑이, 도둑고양이가 튀어나온다 우편함을 열면 눈알이 내일을 열면 신기루가 방문을 열면 호랑이가, 종이호랑이가 튀어나온다 속이는 것은 속없는 겉이 하는 일 지금은 우리가 / 박준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 타인의 글(필사) 2016.09.10
봄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 타인의 글(필사) 2016.03.22
문병란 시 '희망가' 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 타인의 글(필사) 2016.03.04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 황동규 부동산은 없고 아버님이 유산으로 내리신 동산 상자 한 달 만에 풀어보니 마주앙 백포도주 5병 호주산 적포도주 1병 안동소주 400cc1병 짐빔(jeam Beam) 반 병 품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잿빛 양말 4켤레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가족 모두 집 나간 오후 꼭 끼는 가을꽃 무늬 셔츠 입고.. 타인의 글(필사) 2016.02.22
김사인 詩 '화양연화'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 타인의 글(필사) 2016.01.14
오월 / 피천득 오 월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아름다.. 타인의 글(필사) 2015.05.21
에밀리 디킨슨 詩 / 3월 3월 / 에밀리 디킨슨 3월 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 놓으시지요 아마 걸어오셨나 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 3월 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어요? 아, 3월 님, 저랑 바로 이층으로 .. 타인의 글(필사) 2015.03.08
밤의 순례 / 오정희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설거지를 마치고, 어머니가 티브이 앞에 자리 잡고 앉으시면 나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매고 집을 나선다. 건강을 위한 산보이거니 생각하시는 노모가 하시는 말씀은 언제나 똑같다. 어둡고 호젓한 길로는 다니지 말라거나 차 조심을 하라거나, 날씨가 쌀쌀해지면 감.. 타인의 글(필사) 2015.02.07
좋은 말씀 물이 맑으면 달이 와서 쉬고 나무를 심으면 새가 날아와 둥지를 튼다. 스스로 하늘냄새를 지닌 사람은 그런 친구를 만날 것이다... 어느 님께서 보내주신 법정스님의 말이다. 어찌 이리 좋은 말씀을..ㅋ 내가 훌륭하면 같은 친구를 얻는다는?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다.^^ 타인의 글(필사) 2014.06.23
뜨거운 위로 한 그릇 살면서 한계를 인식하는 순간이 온다면 제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살면서 한계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은 한계에 도달할 만큼 노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계를 맞닥뜨리는 것은 내 좁은 테두리를 넓힐 기회를 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계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아프도록 기.. 타인의 글(필사) 201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