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좇아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코다>

아데니움 2023. 4. 9. 13:27

휴일 아침 채널을 돌리다 그야말로 우연히, 운좋게

(얼마전 타계한)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 다큐 <코다>를 보게 됐다.

그에 대해선 막연히 일본 뉴에이지 피아니스트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영화음악 제작에도 다수 참여한,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음악가였다.

영화 <마지막 황제> <마지막 사랑><철도원><하이힐><레버넌트><남한산성>등 무수히 많은 걸출한 영화 ost를 만들었고

 그러는 동안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어워드,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유키 구라모토 외에 일본, 중국 쪽 아티스트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것은 아마도 경박하고 품위없게 들리는 그들의 언어 때문에 그 감성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를 처음 듣고 오잉?했던 느낌은

마치 <화양연화>에서 양조위를 처음 본 느낌과 같았다 할까.

앙드레 가뇽,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정도가 내가 애정하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였기에...

사카모토의 다큐를 보며 음악 영화팬들이 왜 그를 추앙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젊은 스타일의 흰 머리, 뿔테안경, 이지적이고 감성적인 외모를 가진 그는

(몇 편의 영화에도 출연했고) 세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든 진정한 음악인이었다.

유치원에서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도쿄음악대학 작곡과에 입학했으나

클래식 일색이던 분위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재즈 탱고 보사노바 월드뮤직의 활동을 펼쳤다.

드뷔시와 바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는 바흐 코랄을 듣고 자신만의 코랄을 만들고,

러시아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를 보며 자연의 소리를 음악에 담았다.

심벌즈를 활로 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음악에 관한 한 열린 감성이던 그였다.

 

평소 음악하는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않을 거라는 나의 믿음은 오래전에 깨졌다..

그는 2021에 직장암에 걸렸고 작년에 시한부임을 밝히며

남은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음악하며 인생을 돌아보겠다고 했다 한다.

소리를 모으고 피아노와 함께하는 삶이 마냥 행복할 것 같은데

암으로 사망하다니..이해가 되질 않는다. 음악은 힐링이기에.

죽는 날까지 음악과 함께한 그..

자연, 환경, 인종..모든 세상사에 관심이 많았고, 후쿠시마원전에도 반대성명을 낼 만큼 환경을 사랑했

던 음악가..소신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그였다.

음악만 남기고 거장들이 하나 둘 사라진다.

앞으로 어리석은 편견을 버리고 음악을 듣는 귀(가슴)를 넓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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