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좇아

영화 <파벨만스>

아데니움 2023. 4. 25. 16:5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라는 <파벨만스>,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망설이다가 음악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영화관을 찾았다.
1착으로 들어가 혼자 보게 되면 어쩌나 싶었는데 젊은 연인이 들어온다. 휴~
 
주인공 샘 파벨만은 어릴 때 부모님과 처음 극장에 가 <지상 최대의 쇼>를 본다.
기차와 자동차의 충돌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은 아이는 집에 돌아와
장난감 기차와 차를 충돌시키는 일을 반복한다.
범상치 않은 아들의 재능을 발견한 부모는 카메라와 기타 등등을 사주며 아들이 영상 만드는 걸 돕는다.
친구들과 영화를 만들고 행복해 하며 청소년기를 보내는 파벨만.
똑똑하고 가족에게 다정하고 돈도 잘 버는 아빠와 피아노를 치는 엄마, 누이들과 잘 지내던 파벨만은
외할머니가 죽은 후 우울해하는 엄마를 위해 가족 캠핑 영상을 만들라는 아빠의 권유로 필름을 편집하다가
아빠의 절친이자 조수인 베니와 엄마가 예사 관계가 아님을 발견한다.
그 장면을 삭제하고 영상을 만들어 가족과 아저씨(베니)에게 보여주는데
엄마는 아들의 차가움을 눈치챈다. 결국 엄마에게 그 영상을 보여주는 파벨만..
엄마가 그와 깊은 관계까지는 아니라고 말하며 괴로워하자 가슴 아파한다.
어느날 영화 관련일을 했다는 외할머니의 오빠가 찾아오고
그는 파벨만에게 예술이란 '사자의 입에 머리를 들이밀고 사자가 먹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해주고 떠난다.
늘 함께하던 베니와 이별하고
가족은 캘리포니아로 떠나는데 아빠만 좋아한 이유는 뭘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파벨만은 졸업영상을 만들어 인기를 얻는다.
좋아하는 여학생도 만나고 삶이 안정되려는 그때,
엄마는 원숭이를 데려와 이름을 베니로 짓는 등 히스테릭한 모습을 보이는데..
결국 두 사람은 이혼하고 엄마는 베니에게 돌아간다.
그녀가 아들에게 하는 말, 인간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해.
네 인생은 너의 것,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다정하고 완벽하지만 재미가 없는 남편과 행복할 수 없었던 엄마와
잘못한 것 없이 혼자 남게 된 아빠..
화목해보이던 가정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었다.
파벨만은 방송일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편지에 써 여러 방송국에 보내는데
한 곳에서 연락이 오고 그곳에서 거장 존 포드 감독을 만난다.(스필버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그가 감독을 기다리며  방 벽에 붙은 영화 포스터를 둘러볼 때 울컥했다.
배경음악 때문일까. 존 웨인 시대의 아련한 영화(포스터)들이 내 마음을 적셨다.
그는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파벨만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림에서 지평선이 땅과 하늘에 있으면 흥미롭고 가운데 있으면 재미 없다.."
큰 깨달음을 얻은 파벨만은 가벼운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스필버그 영화는 몇 편 봤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놓친 게 있는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엄마가 자신의 엄마를 잃은 후 연주하던 바흐 피아노 협주곡 D 마이너 BWV 974 아다지오
 

'미(美)를 좇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런치 콘서트  (5) 2023.07.22
서울국제도서전  (2) 2023.06.15
류이치 사카모토 다큐<코다>  (2) 2023.04.09
엘 카미노  (2) 2023.04.04
그녀의 수상 소감  (2) 2023.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