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영화관이 오랜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했다.
상영시간표에 아카데미상 7관왕에 빛나는 영화 Evrything Evrywhere all at once가 있어
오랜만에 발품을 팔았다.
시간을 착각해 집에 돌아왔다가 확인 후 어렵게 다시 가서 봤는데..
2시간40분 길이의 영화는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영화를 보며 나갈까 고민한 건 처음이었다.
뒷줄의 노부부가 조용히 퇴장한다.
내가 감각이 떨어진 건가..
영화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한 탓이었다.
7관왕이면 뭔가 있겠지 생각하며 허기진 배를 참고 앉아 있었다.
쿵푸가 섞인 '난리부르스' 뒤에 남은 메시지는
인생은 부질없지만 (가족끼리)서로 다정하게 살아야 한다..인 듯했다.
그리고 흐르는 드뷔시의 <달빛>..은 참 여러 영화에 쓰이는구나 싶고.
어쩐지 시작 전 두 감독이 나와 대화 중 '환불해주세요' 하며 웃은 까닭을 알았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홍콩배우 양자경을 보면
왠지 우리 배우 김미경씨가 생각나는데
이지적인 용모와 신뢰가 가는 얼굴 때문인 듯하다.
명품 조연배우가 주연이 된 이 작품에서
주연상 탈 만했구나 싶게 그녀(양자경)의 활약이 컸다.
인상적인 그녀의 수상소감이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는데..
"여성 여러분
여러분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 믿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세요...
이 상을 나의 엄마와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칩니다.
그분들이 진정한 영웅이기에.."
이제 60 됐다는 배우 양자경..
무협영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 걸로 만족하며
극장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