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과 산문집 「고백의 형식들」을 샀다.
오래전 그의 글 (남해금산이던가)에서
가족들과 여행 중 장어구이를 먹는데
장어의 눈이 보여 모두 젓가락을 놓았다는 대목이 생각난다
그의 글은 산문도 시처럼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깊은 사유와 시 사랑, 풍성한 언어, 언어들..
그 정도의 어휘력이 있어야 진정한 문인이 아닌가 싶다.(존경심)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사랑과 고통의 체험을 가진 사람만이 음악을 이해한다'라는
장 클로드 피계(음악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 말이 이성복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말이라 했다.
삶의 비밀의 음악들이 그를(이성복) 통해 울려나오기 때문이라고..
'사랑의 체험은 남의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하고
고통의 체험은 그 말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하다.
음악이 우리의 가슴에 울리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울림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울림은 빈 공간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고통의 체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마음속에 빈 공간이 없고
빈 공간이 없이는 울림이 불가능하다..' (어느 음악학자)
그는(박철화) 자괴와 비탄의 요설, 불온한(?) 고통의 언어들,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사랑노래들의 악보를 뒤적인다고 썼다.
(나도 감히 뒤적여본다)
그 여름의 끝/ 이 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울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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