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는..

이성복 시집 <그 여름의 끝>

아데니움 2020. 6. 27. 16:41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과 산문집 「고백의 형식들」을 샀다.

오래전 그의 글 (남해금산이던가)에서

가족들과 여행 중 장어구이를 먹는데

장어의 눈이 보여 모두 젓가락을 놓았다는 대목이 생각난다

그의 글은 산문도 시처럼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깊은 사유와 시 사랑, 풍성한 언어, 언어들..

그 정도의 어휘력이 있어야 진정한 문인이 아닌가 싶다.(존경심)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사랑과 고통의 체험을 가진 사람만이 음악을 이해한다'라는

장 클로드 피계(음악학자)의 말을 인용해

이 말이 이성복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말이라 했다.

삶의 비밀의 음악들이 그를(이성복) 통해 울려나오기 때문이라고..

 

'사랑의 체험은 남의 말을 듣기 위해 필요하고

고통의 체험은 그 말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 필요하다.

음악이 우리의 가슴에 울리기 위해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울림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울림은 빈 공간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고통의 체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마음속에 빈 공간이 없고

빈 공간이 없이는 울림이 불가능하다..' (어느 음악학자)

 

그는(박철화) 자괴와 비탄의 요설, 불온한(?) 고통의 언어들,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사랑노래들의 악보를 뒤적인다고 썼다.

(나도 감히 뒤적여본다)

 

그 여름의 끝/ 이 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울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