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는..

조선희 소설 '세 여자'

아데니움 2019. 1. 11. 16:10





조선희 소설 '세 여자'는

주인공들의 사진이 나오는 2권으로 된 팩트소설? 이다.

1920년에서 1950년...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겪으며

치열하게 살다간 한국 공산주의 혁명가들인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세 여인의 일대기가

상해와 연안, 블라디보스톡과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사실에 의거한 이야기를 작가가 상상력을 가미해 나레이션 형식으로 풀어나갔다.

그녀들은 결혼도 하고 남편을 잃고 감옥도 가고 고문도 당하고 아이도 잃는다.

그러다 주세죽은 시베리아에서, 고명자는 경성에서 외롭게 죽어간다.

한 여인, 김일성의 총애를 받은 허정숙만 평양에서 90까지 살다가 죽는다.


평소 시대극을 좋아하지 않는데

나와 다른 시대를 산 여인들의 삶이 궁금했다.

제목이 '세 남자'라면 읽었을까.ㅋ

요즘 같으면 그저 예쁘고 청순했을 스무 살 단발머리 세 여자는

역사의 흐름속에서 지난한 삶을 살다가 스러져버린다.

스러진다는 표현 밖에는 할 수 없는 고단한 삶과 외로운 죽음..

스스로 자초한 운명이다.

이념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마르크스 레닌을 추종하지 않았다면

음대생이었던 주세죽은 박헌영의 아내가 아닌,

평범한 음악교사로 살았을지 모른다.

지금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그녀도 들으며...

유복한 집안의 외동딸 고명자는

순탄하게 살았다면 좋은 집안에 시집 가서 수를 놓으며 조신하게 살았을 것이고..

그 중 적극적이고 담대한 허정숙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는데

5개국어를 구사하고 88년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사회에서 보기 드문 인텔리였다는 그녀..

책을 덮으며 괜스레 먹먹했다.


'혁명이 직업이고 역사가 직장이었던 사람들,

1910년, 세 여자는 글자를 깨치기 시작한 어여쁜 소녀들이었지만

어느 결에 공중 납치된 나라의 국민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 우리 집 마당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리고 구둣발로 내 침실을 휘젓고 다닌다면

일상은 이미 깨지고 생활은 투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 여자와 남자들은 삶을 역사에 '올인'했다.

한겨울 영하 20도에 허술한 차림으로 서울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걸어서 갔다.

재산을 챙기기는커녕 있는 재산도 버렸고 애인과 가족도 버렸고

더 버릴 것이 없을 때는 목숨을 버렸다./ 에필로그 글 중에서


작가 조선희는 2005년에 이 소설을 시작하였지만

공직생활 때문에 쉬었다가 12년 만에 완성했다 한다.

책을 늘 끼고 살긴 하지만

독후감을 쓰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은 왠지 기록해야할 듯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