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는..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아데니움 2018. 12. 27. 13:00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샀다.

드라마에 나왔다는 바로 그 시집이다.

오글거리는 말이나 글을 싫어했는데..

마음이 추워서인가

아님 나이들어서? ㅋㅋ

읽을수록 참 따뜻하다.

70이 넘은 시인의 감성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몇 개를 옮겨본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다시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겨울 행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 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린아이가 말하는 것 같다. 순수하고 꾸밈없다.

정말 풀꽃을 오래 들여다 본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그저 그런 것에, 평범한 것에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나태주 시인 덕분에 세상이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별 볼일 없는 길목에 피어난 풀꽃이라 할지라도

그의 시로 인해 예쁘고 사랑스러워진다.

오래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 없고

잘 난 것 없는 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진다. 참 감사하다.' / 책 후면 글..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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