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샀다.
드라마에 나왔다는 바로 그 시집이다.
오글거리는 말이나 글을 싫어했는데..
마음이 추워서인가
아님 나이들어서? ㅋㅋ
읽을수록 참 따뜻하다.
70이 넘은 시인의 감성은 어디서 만들어지는 걸까..
몇 개를 옮겨본다.
내가 너를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건너 한 사람
다시 한 사람 건너 또 한 사람
애기 보듯 너를 본다
찡그린 이마
앙다문 입술
무슨 마음 불편한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눈을 둘곳이 없다
바라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니 바라볼 수도 없고
그저 눈이
부시기만 한 사람.
겨울 행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 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에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라.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외롭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혼자이기를,
말하고 싶은 말이 많은 때일수록
말을 삼가기를,
울고 싶은 생각이 깊을수록
울음을 안으로 곱게 삭이기를,
꿈꾸고 꿈꾸노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빠져나와
키 큰 미루나무 옆에 서 보고
혼자 고개 숙여 산길을 걷게 하소서.
시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린아이가 말하는 것 같다. 순수하고 꾸밈없다.
정말 풀꽃을 오래 들여다 본 사람인 것이 느껴진다.
그저 그런 것에, 평범한 것에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나태주 시인 덕분에 세상이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별 볼일 없는 길목에 피어난 풀꽃이라 할지라도
그의 시로 인해 예쁘고 사랑스러워진다.
오래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 없고
잘 난 것 없는 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진다. 참 감사하다.' / 책 후면 글..
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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