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서문)
겨울을 잘 모셔야겠다.
황량한 들녘, 그 텅 빈 풍요로움을
좀더 가슴속에 간직해야만 할 것 같다.
그 겨울의 끝에서 매화가 피는 소식을
아직도 더 기다려야겠다.
일획을 얻기 위하여
먼 울림을 얻기 위하여
언 손 호호 불며 좀더 견뎌야 하리라.
첫눈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아이가 잠든 사이에 내리는 눈처럼...
2012년 겨울 이성희
겨울
발신인 없는 적막을 내 온 적막으로 받는다
바람, 먼 겨울의 눈 덮인 침엽수림이 스쳐 지나간다
하늘에 끊어진 미로의 길들이 떠돌 때
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가
눈이 그친 겨울 들녘에 서서 돌아보면
이 허공들이 온통 길이었을까
무한을 향하여 지도를 그리는 헐벗은 나무들 위에
눈 내리는 속도로
불면의 밤을 건너가는 우주의 소음
누군가의 나직이 아픈 숨소리 /이 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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