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읽었으면 좋았을 책,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여행을 떠나기 전 괜히 마음이 급해져 부랴부랴 읽었다.
크레타 섬은 일정에 없지만
그를 모르고 어찌 그리스여행을 한다 하리.
상 하, 두 권짜리, 거의 1500쪽에 이르는 그 두께가
읽기 전부터 나를 행복하게 했다.
방대한 내용속에는
비관, 허무로 점철된,
화려하면서도 진실된 시어들이 빼곡했다.
1883년 크레타에서 출생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대학 졸업 후 오랜 여행을 하며 <오름>과 꿈과 투쟁을 벌인다.
끊임없이 자신의 영혼을 괴롭히며 신 - 그림자와의 싸움을 벌이던 그는
고향인 크레타로 돌아와 대 서사시<오딧세이아>를 집필하기 전 이렇게 회고한다.
'약혼반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초조하게 여기저기 찾아보지만
손가락에 끼었기 때문에 찾지 못하는 약혼자처럼
바로 내 앞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신을 찾아 다녔음을 깨달았다.'고.
어릴 때부터 신을 좇으며 여자만 보면 무서움을 느끼던 그도
사랑을 하고 결혼도 했으며 또 다른 사랑 때문에 이혼도 했다.
그가 사랑하고 영향을 받은 인물들은
호메로스, 붓다, 니체, 베르그송, 조르바..
'호메로스는 기운을 되찾게 하는 광채로 우주 전체를 비추고
태양처럼 평화롭고 찬란하게 빛나는 눈이었으며,
붓다는 세상 사람들이 빠졌다가 구원을 받는
한없이 깊은 새까만 눈이었다.
베르그송은 젊은 시절에 해답을 얻지 못했던 나를 괴롭히는
철학의 온갖 문제들로부터 해방시켜주었으며
니체는 새로운 고뇌로 나를 살찌게 했고
불운과 괴로움과 불확실성을 자부심으로 바꾸도록 가르쳤으며
조르바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설로 읽기 전 영화를 보고
그가 조르바인 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는 조르바가 아니었다.
조르바는 사업을 같이 한 실재한 파트너였을 뿐.
크레타에 있다는 그의 묘비명 문구를 보고
자유분방하고 인생을 즐긴 진정한 남자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는 그저 '소심한' 작가일 뿐이었다.
뭐지? 이 알 수 없는 실망감은..ㅎ
일생 덧없음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투쟁하던 그는
글쟁이로 '전락'하여
'구원'으로부터 구원을 받는다.
수많은 소설과 시, 희곡을 쓰고
1957년 그는 독일에서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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