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 / 미셸 폴나레프
님의 향기 따라 님의 마음 따라 /박정현
꽃놀이 좋은 계절에
님의 향기에 끌리어 봉하에 오면
노란 바람개비 달려나와 님처럼 반겨주네
눈물 한 방울, 그리움 한 줌 드리고 희망의 마중물 부으면
벅차오르는 생명의 물줄기 심연을 채우고
아쉬움 한 숨, 허전함 한 움큼 내어 놓고
그리움 먹고 자라는 천년수 심어 토닥이면
매다 가신 밭 언저리 잡초마저 기꺼이 꽃망울 맺으리
생의 인연 모두 내려놓으시고 사람 사는 세상 심어 놓고 가시니
님 영전에 가슴으로 삭힌 막걸리 한 잔 올립니다
노란 바람개비 신나게 돌고 돌 때
흰 국화도 철모르는 아이 손에서 함께 웃고
아비 되어 가꾸신 들녘에 그리움들 하나 둘 모여 자랍니다
생가 마당에 서면, 가슴 속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봄꽃보다 짙은 님 향기 가득한 마을에
시나브로 익어가는 단감의 꿈, 장군 차의 희망
자연이 되신 님의 품에서 아이처럼 마냥 웃고 뛰어 놀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 날이 오면!
5월, 다시 바람이 분다 / 김재식
5월, 다시 바람이 분다
몸 어딘가 면 하나가 바래진다
비가 뿌린다
가슴 어딘가 또 하나의 기억이 사라져간다
잠 설치다 마주친 새벽
밤하늘엔 내 사랑이 떠나고 별들이 비었다
그래서 이별인가?
노년의 치아처럼 몸에서 색들이 우루루 빠져나간다
내게도 사랑하는 이 있었다
사랑 있어도 힘든
산다는 것의 수렁에 빠진 나를 두고
노란색 하나 남기고 떠났다
아직도 사랑이 필요한데
햇빛 좋은 봄날이 서러워 탈색은 가속하고
이러단 바래지면 5월 바람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다시 물오르고
연듯빛 색들이 서서히 태어나고
짙게 초록으로 무럭 키워줄
사랑 한 자락이 필요하다
사랑주고 사랑받고 싶다
그 때 5월 이전의 사람이 그립다
(노무현 대통령 4주기 추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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