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울 대표하는 시인 신경림과 일본을 대표하는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만남.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
대시, 대표시, 에세이,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진행된 대담 수록.
시간을 기다리며 커피점에서
마침 구로아트밸리에서 시낭송회가 있다하여
부랴부랴 벼락치기로 책을 사서 읽고 그곳에 다녀왔다.
신경림 시인의 시가 의외로 서정적인 데 놀랐다.
역시 편견을 버리고 직접 읽어봐야...ㅎ
1931년과 1935년 생 두 시인은 체구가 작아서인지
사회지의 말대로 두 요정 같았다.^^
춤, 노래를 섞어 진행된 낭송회는
책을 이미 읽고 가서인지 그닥 새롭지 않았지만
간만에 감성의 문이 조금 열리는 듯했다.
"둘이서 짓는 시를 일본에서는 대시라고 부릅니다.
신경림 씨도 나도 삶에서 유리된 관념적인 언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의 어조에 흐트러짐은 없었을 것입니다.
시는 자칫하면 모놀로그 비슷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만
대시는 좋든 싫든 간에 다이얼로그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떠오르지 않는 말이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뜻밖에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대시나 연시의 활력은 바로 그런 점에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같은 시대에 같은 하늘의 같은 별을 보면서 꿈을 꾸고
뜨는 해 지는 해를 함께 보면서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세상에 나와 배우고 익힌 언어로 시를 씁니다.
우리의 시가 추구하는 언어는 그 속에 보석처럼 박힌 정수입니다../ 신경림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이 뽑은 신경림의 시.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신경림이 뽑은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
'책'
솔직히 말해서
책은 흰 종이로 있는 게 좋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로 있고 싶었다
그러나 벌써 책이 되고 말았으니
옛날의 일을 잊어버리려고
책은 자신을 읽어 보았다
"솔직히 흰 종이로 있는 게 좋았다"고
검은 문자로 쓰여 있다
나쁘지 않다고 책은 생각했다
내 마음을 모두가 읽어준다
책은 책으로 있다는 게
조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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