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수필 고전산문

관찰 / 두미트루 트세페네그

아데니움 2014. 10. 3. 22:15

 

 

노파

 

요한나 노파는 아흔아홉 살이다.

장수의 비결은 젊어서부터 품행을 바르게 가진 것이라고 늘 자랑이다.

그녀는 지금 아흔아홉 살이지만 아직 처녀다.

그녀의 자랑에 감동 받을 처녀도 있을까.

 

크리스트교

 

여기 초콜릿이 있다. 먹고 싶으면 먹어도 좋다.

그러나 거기엔 이빨 빠진 호물대기가 되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나이가 한 명 앉아 있다.

이래도 먹겠는가?

이게 소위 크리스트교의 교리다.

 

문학청년

 

책상위의 노트에는 촛불이 비치고 있었고,

벽난로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있었다.

시간은 밤 한 시.

문학청년은 노트 위에다 그의 야심작을 쓰기 시작한다.

"책상 위의 노트에는 촛불의 불빛이 비치고 있고,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있다."

거기까지 쓰고 나자 더 이상 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청년은 앞날의, 조국의 문학에 큰 우려를 품었다.

 

부부

부부란 방 안에 들어온 모기가 아무도 물지 않고 나가 버리기보다는

서로 자기의 상대방을 물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방 안에 들어온 것이 맹수일 때는 한사코 서로를 보호해 주려 한다.

 

유니폼

유니폼을 입은 사람치고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 주는 사람은

호텔 보이밖에 없다.

 

의사

첫 번째 의사는 "당신 심장의 왼쪽 부분이 결단났다"라고 했고

두 번째 의사는 "당신 심장의 오른쪽 부분이 결단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 번째 의사는 "당신 심장은 양쪽 다 말짱하다" 라고 했다

그런데 환자는 죽고 말았다.

 

나이 들어갈수록 철이 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강연회

음악회보다도 지루한 것이 강연회다

 

덧없음

이 세상의 결정적인 특징은 그 덧없음이다.

 

오해

장래의 일만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의 순간만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인 것으로 사람들은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실은

현재의 순간조차 걱정하지 않고, 다만 그 순간의 계속만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

심리학으로는 여태껏 무엇 하나 성사된 것이 없다.

심리학이란 거울에 비친 문자를 읽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장군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는 군인.

 

긍지

공작은 사람 앞에 그 꼬리를 감추는 수가 있다.

가로되 그것을 긍지라 한다.

 

위인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그저 자기의 이상을 보여 주는 어릿광대에 불과하다.

 

 

두미트루 트세페네그(1937~)

루마니아 태생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부카레스트와 파리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호텔 유로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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