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파
요한나 노파는 아흔아홉 살이다.
장수의 비결은 젊어서부터 품행을 바르게 가진 것이라고 늘 자랑이다.
그녀는 지금 아흔아홉 살이지만 아직 처녀다.
그녀의 자랑에 감동 받을 처녀도 있을까.
크리스트교
여기 초콜릿이 있다. 먹고 싶으면 먹어도 좋다.
그러나 거기엔 이빨 빠진 호물대기가 되어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나이가 한 명 앉아 있다.
이래도 먹겠는가?
이게 소위 크리스트교의 교리다.
문학청년
책상위의 노트에는 촛불이 비치고 있었고,
벽난로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있었다.
시간은 밤 한 시.
문학청년은 노트 위에다 그의 야심작을 쓰기 시작한다.
"책상 위의 노트에는 촛불의 불빛이 비치고 있고,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면서 타고 있다."
거기까지 쓰고 나자 더 이상 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문학청년은 앞날의, 조국의 문학에 큰 우려를 품었다.
부부
부부란 방 안에 들어온 모기가 아무도 물지 않고 나가 버리기보다는
서로 자기의 상대방을 물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방 안에 들어온 것이 맹수일 때는 한사코 서로를 보호해 주려 한다.
유니폼
유니폼을 입은 사람치고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안 주는 사람은
호텔 보이밖에 없다.
의사
첫 번째 의사는 "당신 심장의 왼쪽 부분이 결단났다"라고 했고
두 번째 의사는 "당신 심장의 오른쪽 부분이 결단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 번째 의사는 "당신 심장은 양쪽 다 말짱하다" 라고 했다
그런데 환자는 죽고 말았다.
철
나이 들어갈수록 철이 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강연회
음악회보다도 지루한 것이 강연회다
덧없음
이 세상의 결정적인 특징은 그 덧없음이다.
오해
장래의 일만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은 현재의 순간만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인 것으로 사람들은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실은
현재의 순간조차 걱정하지 않고, 다만 그 순간의 계속만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
심리학으로는 여태껏 무엇 하나 성사된 것이 없다.
심리학이란 거울에 비친 문자를 읽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장군
제대로 걸어다닐 수도 없는 군인.
긍지
공작은 사람 앞에 그 꼬리를 감추는 수가 있다.
가로되 그것을 긍지라 한다.
위인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그저 자기의 이상을 보여 주는 어릿광대에 불과하다.
두미트루 트세페네그(1937~)
루마니아 태생으로 프랑스에 건너가 부카레스트와 파리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호텔 유로파>등이 있다.
'명수필 고전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라져버린 날들 / 장 그르니에 (0) | 2015.10.12 |
---|---|
권태 / 이상 (0) | 2015.05.26 |
등불 / 코를렌코 (0) | 2014.10.03 |
어떻게 쓸 것인가 / 루쉰 (0) | 2013.02.16 |
명태에 관한 추억 / 목성균 (0) | 2012.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