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쪽이 진실이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얼굴로 표정을 짓고 손짓을 하고
몸짓과 발걸음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모든 것이 다 정면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그 이면은?
뒤쪽은? 등 뒤는?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너그럽고 솔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내게 왔다가 돌아서서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겉모습에 불과했었음을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돌아선 그의 등이 그의 인색함, 이중성, 비열함을
역력히 말해주고 있었으니!
동성애자들은 멋진 인조유방을 만들어 붙일 수 있지만
견갑골은 그들이 남자임을 숨기지 못한다.
인간의 뒷모습이 보여주는 이 웅변적 표현에 마음이 쏠린
화가가 한둘이 아니다.
오노레 도미에는 등뼈의 조형성에서
매혹적인 힘의 미학을 표현하는 수단을 발견했다.
미끄러운 밧줄을 타고 오르는 사람을 그린
그의 작품은 건장한 몸의 역동성을 표현한 걸작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사 분의 삼 정도 고개를 돌린
얼굴을 잘 그렸다.
순수한 프로필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아주 돌려 정지한 것이 아니라
저 깊은 무한을 향해 목에서 코끝으로 뻗은 힘의 선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뒤쪽이 진실이다!
이 작은 책은 바로 쉰석 장의 영상들을 통하여
그 등 뒤의 진실을 답사하고자 한다.
또한 이 영상들은 에두아르 부바의 작품들이기에
거기에 담겨 있는 해학, 사랑,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오는
그 감칠맛 나는 즐거움을 음미할 자리까지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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