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에는..

어느 소설가의 사람 만나는 법

아데니움 2010. 10. 18. 21:01

 

 

 소설가 윤대녕이 산문집을 냈다.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한 순간 순간이 축복처럼 다가왔다가 새벽의 그림자처럼 흔적없이 사라지는...

우연한 만남에도 신비롭고 불가해한 우주의 섭리가 작용한다고 느끼는...'

 

사소한 일상의 우연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읽으며

그도 늙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흔 아홉 - 아홉수에 든 그가 쉰을 바라보며

삶을 쓸쓸해 하는 듯도 하다.(마흔 아홉과 쉰은 분명 차이가 있기에)

자유분방한 독신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에게 아내가 있었다.

그 사실에 묘한 안도감과 함께 인간적인 연민 같은 게 느껴진다.

유명작가의 산문집은 그래서 좋다.

소설과 산문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바로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는 '법연사계'라는 불교용어를 인용해

그만의 특별한 사람 만나는 법을 피력한다.

 

'세력을 다 쓰지 마라. 복을 다 받지 마라.

법을 다 행하지 마라. 좋은 말을 다 말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인간관계, 세상살이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화를 자초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과의 만남에서 모든 것을 주거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는 그는

일 년 24절기에 따라 만나는 사람이 다르다고...

입춘에 만나서 좋은 사람은 수첩에 적어뒀다가

이듬해 입춘이 되면 그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소설적 발상의 만남이다.

 

그렇다면 친하다고 자주 만날 것도 아니고

습관적인 만남은 더더욱 금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맥주와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냉정하고 드라이 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한번 맺은 인연을 버리지 않는 것도 나와 흡사하지만

사람 만나는 법에 대해선 한 수 배워야 할 듯하다.

혹시라도 그를 만날 기회가 되면 이렇게 묻고 싶다.

나는 어느 절기에 어울리는 사람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