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정체된 삶

아데니움 2018. 7. 7. 17:52






입이 짧은 아들은
가끔 음식타박을 한다.
내가 차려준 밥상을 받고 만족해보이는 표정은
손에 꼽을 정도다.
연어초밥을 이따금씩 사먹다가 
횟감 연어를 사와 집에서 초밥을 해먹는데
두 번째부터 한두 점 먹고 슬그머니 젓가락을 놓는다.
나는 맛있기만 한데.ㅋㅋ

주부 코스프레 한 지 어언 30년,
요리는 창의력이 없어 늘상 먹는 대로 먹지만
아비는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데

아들 시집살이?? ㅋ 

언제부턴가 거기에 치열함ㅡ'정성'이라는 양념이 들어가지 않은 걸
녀석이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애매한 것은 요리뿐이 아니었다.
다른 살림도, 취미생활도, 인간관계도, 글쓰기도.. 애매한 것 투성이다.
사람들은 좀 가까워지면 예의를 잃고,

상인은 돈을 좀 벌면 초심을 잃는다.

가끔 부르던 노래도, 야심차게 시작한  로망인 땅고춤 추기도 
이런저런 이유로 의욕이 사그라들었다.

새로 구입한 슈즈가 어서 신어달라고 보채는 듯하지만..


친구 말대로 

살아가며 극복할 일이 많아서인지
'감정 총량제'가 덜 채워져서인지..
그렇다면 언제까지 채워야 할지.. 아득하다.

아들이 집밥을 먹는 주말에는 당분간
도시락을 주문해 먹기로 녀석과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