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좇아

마리 로랑생 展

아데니움 2018. 2. 10. 20:15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마리 로랑생을 만났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1900년대 활동했던 마리 로랑생은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 주인공으로 유명한 프랑스 여성화가이자 시인이다.

선이 가늘고 여리여리한 작품들..

 핑크와 그레이를 주조로 한 색감이 색채의 향연이라 불릴 만큼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차분하고 섬세한 작품들이 그녀의 내면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림 뿐 아니라 패션과 일러스트에도 재능이 있던 그녀..

피카소의 소개로 만난 아폴리네르와 5년간 연애 후 헤어지고

그녀는 독일 화가와 결혼하지만 이혼한다.

남편의 술문제가 이유라 하지만

연소된 사랑의 불꽃이 결혼생활에서 살아날 수 있었을지..

연애, 결혼, 전쟁, 망명..을 겪으며 그녀의 작품세계도 변모하는데..

이후 그녀는 작품제작에 몰두하다 1956년 72세로 세상을 떠난다.

'잊혀진 여인'으로 번안된 그녀의 시 '진정제'는

지금까지도 입에 오르내리는 시다.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우리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왔었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 잡고 얼굴 오래 바라보자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밑으로

끝없는 시선에 지친 물결이야 흐르건 말건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가 버린다. 흐르는 이 물처럼

사랑은 가 버린다

이처럼 삶은 느린 것이며

이처럼 희망은 난폭한 것인가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나날이 지나가고 주일이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밤이 와도 종이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진정제 / 마리 로랑생


지루하다고 하기 보다 슬퍼요


슬프다기 보다


불행해요


불행하기 보다


병들었어요


병들었다기 보다


버림받았어요


버림받았다기 보다


나 홀로


나 홀로라기 보다


쫓겨났어요


쫓겨났다기 보다


죽어 있어요


죽었다기 보다


잊혀졌어요.


잊혀진 여인


따분한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슬픈 여자입니다

슬픈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불행한 여자입니다

불행한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병든 여자입니다

병든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버림받은 여자입니다

버림받은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고독한 여자입니다

고독한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쫓겨난 여자입니다

쫓겨난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죽은 여자입니다

죽은 여자보다 불쌍한 여인은 잊혀진 여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