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좇아

영화 '동주'

아데니움 2016. 2. 19. 08:49

 

 

 

영화는 일제 강점기, 시인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짧고 굵은 생애를 그렸다.

영화 시작 전,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라는 자막이 떴지만

다를 게 무에 있겠는가.

흑백화면이 강하게 펙트임을 말해주는데..

그저 사망 전 일본 취조관에게 극적으로 쏟아붓는 대사 정도가 다르다면 다르겠지..

간간이 흐르는 윤동주의 시들..

감옥 창살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을 보며

시가 너무 잘 써져 부끄럽다는 시인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영화에서 윤동주는 조금은 나약한 '문사'로 보여지는데

그에 반해 송몽규는 신춘문예 출신의 문사임에도 독립운동에 가담해 활동하는,

 '무사'로서도 훌륭한 상남자로 그려졌다.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그런 '무사'들이 있었기에

세상의 문사들은 편안히 글을, 시를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두 인물을 보며 나는 왜 카잔차키스와 조르바가 떠올랐을까.

그리고 에세이스트 김현진 같은 '투사'도..

윤동주, 송몽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다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체실험의 희생양이 되어 짧은 생애를 마쳤다.

옛날 남자들, 멋있다.

시대적 배경이 그랬다 해도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시국을 논하고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뇌섹남이 아닐지.

하늘처럼 맑게 웃는 배우 강하늘이 윤동주로 분했다.

영화에서는 그 맑은 웃음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바람이 불어 / 윤동주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황혼이 바다가 되어

 

하로도 검푸른 물결에
흐느적 잠기고......잠기고......
저--웬 검은 고기 떼가
물든 바다를 날아 횡단할고.

낙엽이 된 해초
해초마다 슬프기도 하오.

서창에 걸린 해말간 풍경화.
옷고름 너어는 고아(孤兒)의 서름.

이제 첫 항해하는 마음을 먹고
방바닥에 나뒹구오......뒹구오......
황혼이 바다가 되어
오늘도 수많은 배가
나와 함께 이 물결에 잠겼을 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