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美)를 좇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아데니움 2009. 3. 14. 09:19

 

 

 

 잔잔하면서 뭔가 메시지를 주는 이 영화는

'위대한 갯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원작을 읽진 못했지만 그의 소설 특유의 사랑과 낭만, 삶의 허무함이 잘 그려졌다.

남자의 첫사랑이란 지독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이 영화는 

굳이 브래드 피트가 나오지 않아도 될 성 싶었다.

그의 역할이란 특수분장된 모습과 젊은 시절의 연애장면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데이지로 나온 케이트 블란쳇의, 나이를 먹을수록 내뿜는 원숙미가

브래드 피트보다 훨 매력적이었다.

 무대가 양로원이어서인지 유난히 노인들의 죽음이 많이 나오는 이 영화는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어가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약간 슬프게 그려졌는데 쓸쓸하고 허무하여

삶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삶에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있다면

시계바늘을 빠르게 돌려 십대 후반 때쯤에서 멈췄으면 한다.

학과공부보다 음악에만 심취했던 아쉬움 많은 학창시절과

시간 귀한 줄 모르고 흘려보낸 이십대,

혹은 그닥 잘 살아낸 것 같지 않은 그 후의 시간들을 새롭게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얼굴로 늙어가는 건 싫으니

거꾸로 가는 시계는 만들어지지 않았음 하는 바람이다.

 

 영화 초입에 나온 장면이 인상적이다.

한 장님 시계공이 군에 간 아들이 주검으로 돌아오자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들어 광장에 내걸고 이렇게 울먹이며 소리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면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올지모른다고...'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로 생을 마감하는 삶,

영화는 영화이기에 환타지로 기억하고 싶다.

 

 엔딩 부분에서 메시지로 남는 말-

 

 '누군가는 번개를 맞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춤을 추고

  누군가는 수영을 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읽고

  누군가는 예슬가이고

  또 누군가는 그냥 어머니이다...

 

그리고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