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을 보러 남양주에 있는 봉선사에 다녀왔다.
여름이면 보러 가는 꽃이다.
두물머리도 생각했지만 기왕이면 사찰의 연꽃이 나을 듯해 그곳을 택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봉선사는 아담하고 주변 경관이 운치가 있었다.
그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볼 수 있게 나무의자도 마련돼 있고
시원한 음료를 먹을 수 있는 카페도 있었다.
하늘은 가을의 그것처럼 파랗고 드문드문 흰 구름이 한여름의 정적을 더했다.
태양이 좀 덜 뜨거웠다면 계속 앉아 있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연꽃은 그닥 보이지 않았고
태양볕에 지쳤는지 드문드문 보이는 꼿송이는 너무 벙글어 만개한 목련 같았다.ㅎ
함께 간 친구와 연못가에 앉아 수다를 떨다가
(불자도 아니면서) 절 내에 들어가 삼배를 올리고 가족의 안위를 빌었다.
옆 경내에선 마침 스님의 독경이 있었다.
그 소리는 꽤 오랜시간 이어졌다.
흰색의 등이 걸려 있었는데 극락왕생이라 써 있었다. 모두 남아 있는 자들의 마음이겠지..
사람을 보고도 피하지 않는 재두루미?
군자의 꽃
달랐다.
그곳의 연꽃은 그 느낌부터 달랐다.
천년고도를 대변하듯 은은한 기품을 풍기는 연꽃은
안압지 야경 불빛 아래 신비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넓은 잎 사이시아 수줍은 듯 의연히 앉은 자태가 고혹적이다.
순수, 순결의 꽃말을 담고 진흙 속에서 피어났지만
오염되지 않고 잎과 뿌리마저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꽃,
내 안 어딘가 자리한 불성을 자극한다.
'깨어 있지 않으면 더러움에 물든다'는 법구경 말씀을 들었는가.
속세에 물들지 않고 꿋꿋하게 피어나
군자의 꽃이라 불리는 연꽃에게서 인고의 자세를 배운다,
봉긋한 곳선이 어쩐지 달을 닮았다. 온화함이 마음을 감싼다.
애틋한 시선을 느꼈는가. 화답하듯 몸을 흔든다.
마음밭을 넓히라고, 더 깊어지라고 말하는 듯하다.
(오래전 「초록여행」에 실은 짧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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