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친구목록에
이정순과 정순영이 있다.
나를 언니라 부르는 아는 동생들이다.
정순이란 이름으로 카톡이 왔다.
'언니 점심 먹을까요'
나는 이정순 얼굴을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고 약속을 했다.
이틀 후 약속장소로 가니
정순영이 웃으며 반긴다.
어? 너가 왜..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도 주위를 둘러봤다.
그녀는
언니 뭐 먹을까요 하며 우연히 만난 게 아님을 일깨운다.
헐~ 어떻게 된거지..
자음과 모음이 제멋대로인 문자스타일도 비슷하고
언니라는 호칭도 같고..
무엇보다 정순영이라는 이름이 따로 있었기에
착각의 여지가 없었는데..
(공교롭게 두 사람 프로필엔 사진도 없었다)
황당하여 카톡 친구 이름을 보여주니
정순영은 아들이 폰을 바꿔주며
정순으로 등록해놨다고 말한다.
나는 얼떨떨해 하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만나러 온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걸 간파하고
살짝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상황을 이해한 듯했다.
나는 오늘 이정순을 만나러 가서
정순영과 공허한 수다를 떨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