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 풍경

단상

아데니움 2014. 2. 13. 20:55

 

 

출근하는 사람들이 나가고 난 후

침대에서 미적거리다가 느지막히 일어나 커피물을 받으려고 하니

맙소사! 물이 안 나온다.

수도배관공사로 물이 안 나올 거라는 방송을 했다는데 못 들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공지문도 못 봤는데..헐~

생수 한 병을 사다가 커피를 마시고

남은 물로 고양이 세수를 했다. 에구,,그 옹색함이라니..

동네 목욕탕으로 향하며 생각해봤다.

전기와 물 중 한 가지만 고르라면 어느 것이 더 아쉬울까를..ㅋ

펑펑 나올 땐 모르다가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된 물,

무심하게 곁에 있는 것들을 고마워해야 하는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듯

소중함을 모르는 게 인간의 삶이다.

 

점심도 해결할겸 장을 보러 마트에 가니

보름 장이 섰다.

어렸을 땐 추석, 설 못지않게 큰 명절이었던 것 같은데

이젠 평일과 다를 바 없으니..

서운한 맘에 오곡과 나물을 조금 사왔다.

 

창밖에 보름달이 훤하게 떴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커다랗던 달인데..왠지 먹먹하다.

누구보다 달을 사랑했다는 중국의 詩仙 이백,

그는 달을 친구삼아 술은 마셨지만

세간에 알려진대로 물에 빠진 달을 건지려다 익사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실적이고 유가사상이 깔린 시를 쓴 두보와 달리

노자처럼 초월적인, 상상력의 시를 쓴 이백은

개인적 정서로 달을 사랑하여 '월하독작' 같은 시를 썼다고 한다.

보름달을 보며 

그가 달을 친구삼아 외로이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Moonlight Flower

 

 

'삶, 그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왔는데  (0) 2014.03.27
단상  (0) 2014.02.20
코엑스 아쿠아리움  (0) 2014.01.31
나답게 산다는 건..  (0) 2014.01.09
[스크랩] 넌 누구냐 (1)  (0) 2013.12.19